윤석열 정부 초기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예비비 28억 원을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구속 여부가 오는 22일 결정된다. 특검은 당초 계획보다 3배 가까이 폭증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 수사는 무자격 업체 선정 의혹을 넘어 김건희 여사 등 이른바 '윗선'의 개입 여부를 가릴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심리한다. 특검팀은 이들이 관저 업무와 무관한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예산을 전용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가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예산 질서 교란 행위라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다.
관저 이전 당시 내부 인테리어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은 14억 4천만 원 수준이었으나 실제 공급 비용은 이를 크게 상회했다. 시공을 맡은 업체 21그램이 제출한 견적서는 약 41억 2천만 원으로 당초 계획 대비 3배에 달하는 규모를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이처럼 급증한 비용에 대해 별도의 검증이나 조정 절차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검은 부족한 공사비를 메우기 위해 대통령실이 행정안전부를 압박하여 예비비 28억 원을 불법적으로 전용하여 집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행안부가 '예비비를 더 만들기 어렵다'거나 '대통령 비서실에서 지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정황이 확인됐다. 담당 실무진이 윗선에 지시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인사 조치를 해달라고 강력히 항의한 사실도 파악됐다.
공사 업체인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한 전력이 있어 업체 선정 과정부터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계약 과정에서 필수적인 계약서나 설계도 등 기본적인 문서조차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은 절차적 정당성의 결여를 방지하지 못했다. 특검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가 단순한 행정적 과오를 넘어선 조직적 예산 전용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둔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관련 부처의 강한 반발이 있었음에도 피의자들의 지시에 따라 관저와 무관한 예산이 불법 전용된 사실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추가 수사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병 확보를 통한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 예산의 엄격한 관리 체계와 공직 기강 확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관저 이전이라는 국가적 긴급성과 보안상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일부 제기된다. 정권 교체기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발생한 절차적 미비점을 사법적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예산 전용의 규모가 크고 실무진의 반발이 문서로 남겨진 상황에서 이러한 항변이 법원에서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향후 수사는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을 향한 '윗선' 규명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전 실장 등의 신병을 확보한 뒤 예산 전용 과정과 업체 선정 배경에 김 여사가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국가 예산 집행의 공정성과 법치 행정의 원칙이 어떻게 재확립될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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