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호르무즈 피격 ‘나무호’ 발사 주체 특정 착수... 조현 장관 “미국과 레이더 정보 공조”

음영태 기자
호르무즈 피격 ‘나무호’ 발사 주체 특정 착수... 조현 장관 “미국과 레이더 정보 공조”
©연합뉴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 사건의 발사 주체를 규명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한 정보 공조에 착수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 측에 레이더 첩보를 포함한 핵심 정보 공유를 요청했으며, 국방과학연구소를 통해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를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 측에는 조사 협조를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국제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피격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고도의 정보 협력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미국 측에 발사 주체를 포함한 핵심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번 공조는 양국의 레이더 첩보를 결합하여 비행체의 발사 지점과 궤적을 역추적하는 기술적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교부는 사건 발생 이후 이란 당국을 상대로 직접적인 소통과 압박을 병행하며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 장관은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지난 2월 이후 총 네 차례에 걸쳐 전화 회담을 가졌으며, 가장 최근인 17일에도 나무호 피격에 대한 이란 측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란 외교부는 현재까지 자국의 공격 가담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란 측에 "당신들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고 조사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조 장관은 이란 수뇌부가 사망하는 등 현지 내부 사정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점을 고려하여 다각적인 채널로 압박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선 실질적인 진상 규명을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외교부의 소극적 대응 비판에 대해 정부는 주한이란대사 초치 사실을 시사하며 비공개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지난 10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만난 사실이 사실상의 초치였음을 암시했다. 대외적으로 이를 공식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관련 정보의 보안과 호르무즈 해협 내 다른 자국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에는 나무호를 포함하여 총 26척의 한국 선박 정보가 이란 측에 제공되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 장관은 동일한 피해를 본 다른 15개국이 이란을 직접 규탄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어쩌면 인질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추가 도발 가능성과 선원의 안전을 담보로 한 이란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기술적 증거 확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국내로 반입된 비행체 엔진 잔해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분석팀은 잔해의 성분과 구조를 토대로 발사 위치와 제조국을 특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레이더 공유 데이터와 대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분석 결과가 도출되는 즉시 정부는 이를 대내외에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제 사회의 여론을 환기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이 미국의 해상 통제 전략인 '프로젝트 프리덤' 발동 시점과 맞물려 이란의 해상 장악 선언에 따른 공격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장관은 이란이 해상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나무호와 중국 선박을 공격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특정 국가를 공격 주체로 단정 짓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국제법적 관점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군함 피격과 달리 즉각적인 개전 요건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판단이다. 조 장관은 "국제법상 군함은 피격 시 개전 요건이 되지만, 민간 선박은 엄격히 검토하더라도 개전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사태가 군사적 충돌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며 법치와 시장 질서에 기반한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러한 신중한 태도가 자칫 주권 국가로서의 단호한 대응 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야권은 이란의 명백한 도발 징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질 상황'을 이유로 저자세 외교를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실질적인 증거 확보가 선행되어야 국제 무대에서 정당한 배상 요구와 규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사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 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여 이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지금 속 시원히 대응하지 못해 국민들이 답답해하실 수 있으나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향후 발표될 국방과학연구소의 분석 결과는 이번 사건의 향방과 대이란 외교 정책의 전환점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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