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를 골자로 하는 안보 분야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한 범정부 협상을 공식 개시했다. 이번 회의는 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실무적으로 구체화하는 첫 단계로, 한국의 독자적인 원자력 이용 권한과 해군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핵심이다. 양국 대표단은 3일까지 이어지는 집중 협의를 통해 원자력 협정 개정 및 조선업 협력 가속화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한미 양국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인 조인트 팩트시트 안보 분야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발족 회의를 열고 실무 논의에 착수했다. 이번 협의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비롯해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조선업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주된 의제로 다룬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개최가 기대됐던 협의가 대외 여건으로 지연된 만큼 단순한 상견례를 넘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을 필두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기후에너지부 등 7개 관계 부처가 포함된 범정부 대표단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미국 측에서도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과 아이번 캐너패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수석국장 등 안보 및 원자력 분야의 핵심 실무자들이 서울을 찾았다. 양측은 핵잠수함과 원자력 협력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별도의 분과 회의 대신 통합된 자리에서 주제를 유기적으로 논의한다.
이번 안보 협의는 한국의 대미 투자 속도 조절 문제와 이란 전쟁 등 복합적인 대외 변수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개최 시기가 다소 지연되었다. 정부 관계자는 협의 개시가 늦어지는 와중에도 실무선에서 미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실질적인 합의를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미측 대표단 역시 이번 방문을 통해 형식적인 절차보다는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확정 짓는 실무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이번 협의의 전략적 중요성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협상에 힘을 실었다. 조 장관은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을 가급적 빨리 개정해서 농축과 재처리를 우리가 할 수 있게 되고 핵잠수함 착수도 속도를 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조선 분야 협력을 가속화하여 양국의 안보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겠다는 구상을 덧붙였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장기적인 해양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평가받는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는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주권적 요소다. 미측 대표단에 매슈 나폴리 국가핵안보청 부청장과 크리스토퍼 클레인 군비통제 비확산 부차관보가 포함된 것은 이러한 기술적 사안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
조선업 분야에서의 협력은 미 국방부가 의회에 요청한 2조 8,000억 원 규모의 군함 조달 예산과 맞물려 새로운 경제적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한일 양국에서 군함 선체 등을 조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안보 동맹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이는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방위 산업의 수출 증대와 국내 제조업 활성화라는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원자력 산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으며 부산시는 최근 5년간 1,882억 원을 투입하는 육성 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국내 산업계의 준비 태세는 한미 간의 원자력 협정 개정이 가져올 시장 확대 효과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민간 부문의 역량이 뒷받침되는 만큼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적 우위와 산업적 기여도를 적극적으로 강조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보수적인 안보 구상 변화에 따라 한국에 대한 기술 이전이나 권한 부여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미국 내 보수 인사의 칼럼을 인용해 미국의 안보 구상에 대한 한국의 협력 축소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중론은 한미 간의 이익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넘어야 할 외교적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한미 안보 협력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구체적인 제도 개선과 기술 협력의 단계로 진입할 전망이다. 앨리슨 후커 차관은 방한 기간 중 외교부 고위급 인사들과 별도로 면담하며 한반도 정세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가시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양국의 외교적 총력전이 본격화되면서 안보 주권 확보를 위한 협상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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