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16~26, 집행위원장 한상준)에서는 부천영화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장르적 성격을 가진 ‘체코SF특별전’을 상영한다.
주한 체코대사관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특별전에는 좀비와의 싸움을 통해 생존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화 <못말리는 좀비들>, 2163년을 배경으로 로봇의 반란에 대항하는 우주선 이카리 XB 1승무원들의 이야기인 <이카리 XB 1>, 그리고 자신의 약혼자를 납치한 사악한 과학자를 찾아가는 순진한 공작의 이야기 <카르파티아의 신비한 성>이 상영되며 특히 체코 SF문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온드르제이 네프(Ondrej Neff)가 부천영화제를 찾아 체코 SF영화와 문학의 정수를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 SF강대국 체코의 걸작들 소개
체코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문학까지 SF장르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SF강대국이다. 동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다양한 지역의 SF장르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체코의 SF문화는 20세기 초부터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배출해 왔다. 특히 테크놀로지에 대한 상상력과 철학적 고민이라는 SF적 바탕에 코미디의 요소를 섞어내는 체코SF 고유의 특징은 이후 많은 SF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주한체코대사관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체코SF특별전’은 유럽 공상과학소설의 전통을 독특한 영화적 스타일로 녹여낸 체코SF영화들 중 걸작들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체코의 가장 유명한 공상 과학 영화 <이카리 XB 1>은 유일하게 성공한 오리지널 "동유럽" 스페이스 오페라이다. 우주선 이카리 XB 1호의 승무원과 반란을 꾀하는 로봇 사이의 분투를 그리는 인드리치 폴락의 <이카리 XB 1>은 안드레이 타프콥스키와 스티븐 소더버그가 영화로 옮긴 바 있는 <솔라리스>의 원작자 스타니슬라브 렘(Stanislaw Lem)의 <마젤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1960년대 영화라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미국의 <스타트렉> 및 영국의 <스페이스>같은 영화나 시리즈물에서 볼 수 있는 우주선 인테리어의 정교한 디자인과 우주선 내의 일상적인 일과의 묘사가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카르파티아의 신비한 성>은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사이버펑크의 하위 장르로 불리며 주로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스팀펑크’ 영화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쥘 베른의 소설을 바탕으로 SF와 판타지적 모티프를 통해 체코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사지절단 코믹 좀비영화로 체코 장르영화의 건재함을 알렸던 <못말리는 좀비들> 역시 체코 장르영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 체코 SF 작가이자 비평가 온드르제이 네프 방한
영화제 기간 체코SF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부천영화제를 찾는 체코의 SF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온드르제이 네프는 ‘로봇(Robot)’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냈던 소설
매년 개성 있는 특별전으로 국내외 관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부천영화제가 선택한 이번 체코SF특별전은 국내 극장에서 접하기 힘든 체코SF영화들을 통해 동유럽의 SF장르문화를 새롭게 알 수 있는 새롭고 신선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이카리 XB 1>(감독 인드리치 폴락)
체코/1963/86분/35mm/흑백
2163년, 우주선 Ikarie XB 1은 40명의 남녀 승무원들을 태우고 알파센타우리를 향하여 특무 비행하던 도중 우주에 떠다니고 있는 난파 우주선과 교전하게 된다. 승무원들은 로봇의 반란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한다. <솔라리스>의 원작자로 유명한 SF 소설가 스타니슬라브 렘의 소설 ‘마젤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제작된 본격 SF 영화.
◇ <카르파티아의 신비한 성>(감독 올드리치 립스키)
체코/1981/97분/35mm/컬러/KOREAN PREMIERE
순진한 대공 톨로코와 그의 하인은 얼마 전 의문스럽게 사라져버린 대공의 약혼녀인 오페라의 디바를 찾고 있다. 그들은 카르파티아 숲 속 깊은 곳의 비밀스러운 성에 광기 어린 과학자와 함께 살고 있는 사악한 남작이 그녀를 납치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쥘 베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체코 SF영화의 거장 올드리치 립스키의 걸작.
◇ <못말리는 좀비들>(감독 마렉 도브스)
체코/2004/82분/35mm/컬러/KOREAN PREMIERE
장님 교수 레이니스는 깊은 숲 속 한 모텔에서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강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이곳에 좀비 우드맨이 나타나 싸우게 되면서 생존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데... 코미디적 요소가 강한 체코 장르영화의 전통이 좀비 액션과 만나면서 기묘한 사지절단 코미디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