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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선물’ 풍성… 실속이 대세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며 유통업체 간 추석제품 공방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태풍의 영향으로 청과물 등 물량 공급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적지적소에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업체 간 아이디어 경쟁도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청과물은 추석 전 장바구니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태풍이나 장마, 이른 추석과 겹치며 산지물량이 지난해보다 10%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당도 등 품질에 따라 수요계층이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돼 각 유통업체들은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롯데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0월에 추석이 있어 당도가 매우 좋았던 반면, 올해는 태풍의 영향을 당도 등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알맞은 당도를 지닌 품질 좋은 상품을 확보해 공급을 원활히 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 또한 추석을 앞두고 품질 좋은 청과물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다. 신규백화점은 품질 좋은 청과를 확보하기 위해 11곳의 신규 산지를 개발, 기준 당도와 크기를 높인 ‘청과 선물 세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물량 또한 지난해보다 40%가량 늘린 4만 세트를 기획했다.

한편 업체들 입장에서는 청과물 시장에 대한 품질 및 물량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선물세트 기획에도 고심하고 있다.

현대 백화점 관계자는 “추석선물은 단순한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갈비 세트, 수산물 세트, 건·식품 세트, 주류세트, 패션 등 의·식·주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 기획 이벤트가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프레스티지(prestige)시장 인기

추석선물 시장이 다양화 되며 지갑이 두둑한 일부 수요층을 노린 일명 프레스티지 제품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주요 고객 20%가 매출의 80%를 이끈다는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에 따라 일부 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통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롯데아사히주류는 이런 수요층을 노린 고급 와인 선물 세트 42종을 출시해 추석대목을 집중한다는 공략이다.

이와 관련 아사히 측 관계자는 “와인 선물 세트를 출시하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선물할 수 있는 데일리 와인 외에 와인 애호가들을 노린 고급 와인 까지 준비했다”라며 “호주의 ‘옐로우테일 쉬라즈 & 까버네 소비뇽 세트가 부드럽고 와인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데일리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추석을 앞두고 은사나 주요 고객에게 선물할 수 있는 이태리산 ‘산펠리체 일 그리지오 & 끼안티 클라시코 세트를 준비해 추석 프레스티지 시장을 석권할 계획이다.

추석대목을 앞둔 프레스티지 시장은 고급 주류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론이다.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인 루이까도즈가 모노그램 패턴의 사각 토트백과 3단 중지갑 세트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이 선보이며 패션 시장에서도 추석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루이까도즈 관계자는 “추석 선물이라고 하면 먹을거리나, 주류 등에 국한 돼있다는 인식이 강해 연령대에 관계없이 선물할 수 있는 패션 재품을 선보였다”라며 “남성용 지갑·벨트는 물론 선물용으로 제작된 가방을 세트로 묶어 컬렉션을 장만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이 세분화되며 각 업체들의 시장세분화전략이 본격화되며 추석선물 시장이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청과물 대신 ‘고기·수산물’선물세트 어떨까

한편 잦은 태풍으로 청과물이 귀하신 몸이 됨에 따라 가격 상승폭이 작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들이 대안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정육 품목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생산이력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가격이 작년 추석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추석 수요층이 집중적으로 공략할 품목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갤러리아 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한우의 시세는 떨어졌지만 한우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고급한우에 대한 수요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최고급 한우세트인 5스타 한우를 15%, 냉장후레쉬육세트를 10%늘리는 등 세트 물량을 작년보다 40%가량 늘린 4만2000세트 준비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한우정육실속세트, 호주산청정세트 등 10만원대 초반의 중저가 세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걸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3대 전통한우 품종인 황우, 제주 흑한우, 칡소를 이번 추석에 유일하게 모두 선보인다. 특히 검은 털의 제주 흑한우는 옛날 임금에게 진상했던 토종 한우로 제주도에서 현재 400여마리 가량 사육되고 있는 희소성이 높은 한우다. 올 추석에 준비한 물량도 7두로 한정돼 있다.

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5만~10만원대의 한우, 육우, 수입육 등 고기선물세트를 대량 주문하는 추세다. 11번가 최이철 매니저는 “8월 말 ‘추석 선물 예약 판매’가 시작된 이후 예년에 비해 추석 선물 대량구매 주문 건수가 30% 정도 늘었다”며 “6만4000원 가격의 ‘호주 청정우 찜갈비 세트’를 15.5% 할인해 5만4900원에 판매중인데 가장 가 인기다"고 밝혔다.

수산물의 경우 명절 주요 품목인 굴비, 건옥돔, 대하 등이 이상저온 등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대폭 감소, 품목별로 5~20% 정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 이미 물량을 확보해 놓거나 옥돔과 갈치 등 다양한 상품 구성을 활용한 중저가 선물 세트를 준비해 가격 상승에 대비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지난 설 직후부터 갈치와 굴비 물량을 사전에 비축하고 목포, 영광 등 신규 산지를 발굴해왔다”며 “수산물세트는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 수준으로 유지하고, 물량은 작년 대비 35%가량 늘여 2만5000세트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모슬포 옥돔과 갈치의 혼합 세트 12만원, 모슬포 갈치, 고등어, 옥돔의 혼합세트를 10만원에 판매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식품전문 기업인 현대그린푸드에서 길이가 33cm이상인 대형 참조기를 선별해 엮은 명품 선물 세트 ‘현대 명품굴비’(가격 200만원)를 선보인다. 희소성이 높다보니 추석 동안에는 150마리 15세트 한정으로 선보인다.

G마켓 신선식품팀 고현실팀장은 “작년에는 저렴한 1만~3만원대의 실용선물세트가 잘 판매된 반면 올해에는 3만~5만원대의 고급선물세트가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았다”며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과일보다는 육류나 해산물,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추세이고 10만원 대 이상의 고가제품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온라인몰 신선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해 고급선물 중에서도 특히 국산육류나 과일, 해산물 등이 인기 추석선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골 1.5kg, 우족 1EA, 사태 1.5kg으로 구성된 '팔공상강한우 효도보신세트 1호’(12만원)”를 대표적인 인기 상품으로 꼽았다.

◆ 한가위 가족끼리의 ‘술’자리 미리 대비

한가위 가족끼리 모여 술자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노린 주류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롯데주류는 추석을 맞아 백화수복을 비롯해 최고급 청주 설화, 정통 매실주로 인기 있는 설중매, 과실주 등의 전통주 선물세트와 와인 선물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특히 이번 추석에는 전통주의 호황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66년 전통을 지닌 청주의 대명사 ‘백화수복’은 받는 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이 담긴 우리 술로, 국내 제례주 시장의 75%를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제품이다.

이번 추석을 맞아 백화수복은 700㎖ 4800원, 1L 6500원, 1.8L 9900원등 저렴한 가격에 세트 선물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전통주 외에도 과실주 선물세트가 야심차게 준비되며 추석선물 선택의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롯데주류는 주류시장의 폭을 넓히기 위해 ‘구십구 복분자 세트’와 ‘구십구 오디’ 세트를 내놓았다. 특히 구십구 복분자는 100% 국내산 복분자를 와인 발효기술로 만들어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설중매 골드세트’와 설중매 3병과 카놀라유를 한데 묶어 실속파 소비자를 겨냥한 ‘설중매 플러스 기획세트’를 함께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