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방부목 품질표시는 “단속놀이”?

“벌금 내고 말겠다”…“철거명령, 영업정지 등 뒤따라야”


산림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부목 품질표시 의무제가 본격적인 시작도 전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벌금 및 과태료 100만원에 불과한 현행 제도로는 ‘국민의 안전 보장’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품질표시제도는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등급을 속여 팔더라도 벌금 100만원을 부과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때문에 상습 위반 생산업자와 유통업자에 대한 영업정지 및 불량 방부목이 사용된 시설물에 대한 철거명령 등 강력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난 5월 인천을 시작으로 계도단속에 들어간 품질표시 단속은, 현장에 나온 단속원이 시료를 채취해 국립산림과학원에 시험을 의뢰하는 시스템. 그런데 시료채취에서 시험완료까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이십여 일이 소요된다.


대부분 주문가공 형태로 생산되고 있는 방부목의 특성상 이 기간이면 대부분이 출하를 마친 상태이거나, 시설물 완공까지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라는 계산이다. 이때 채취된 시료가 불합격 판정을 받더라도 팔리거나 사용된 방부목에 대한 제재조치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때문에 적정처리 방부목 사용으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당초의 법 취지와 달리 100만원 벌금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밖에 할 수 없는 ‘단속놀이’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시설투자와 같은 품질제고를 위한 노력보다는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의 한 방부목 생산업체 대표는 “단 하루가 빠듯한 임가공 일정을 감안하면, 방부목 생산 후 일주일이면 거의 100% 출하를 마친 상태일 게 뻔하다. 그런데 이렇게 출하된 불합격 방부목에 대한 제재조치가 없다면 단속의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합격 방부목의 사후조치를 더욱 강력하게 해야 한다. 전량 회수해 재방부하거나 시공이 완료됐다면 철거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임가공 조경시설재의 경우에는 100%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림청이 의지만 있으면 (후속조치를) 못할 것도 없다”면서 “현재 업계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벌금 100만원을 낸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니다 면서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벌금에 더해 상습 위반업체에 대한 영업정지와 같은 보다 강력한 제재수단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품질표시제도를 주관하고 있는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의 이에 대한 입장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원 강승모 박사는 “정밀시험 전에 간이시험을 우선 적용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품질이 떨어지는 방부목은 이틀 정도면 통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불합격된 제품이 이미 출하된 경우에 현행법상 이를 회수하거나 철거명령을 내릴 수는 없지만, (사견임을 전제로) 해당 시공업체에 이를 직접 통보하는 것 정도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또 “상벌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며 “불량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업체에 벌금 100만원만 매긴다면, 정상 제품을 만들어 제값을 받아야 하는 업체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 상습 위반업체에 대한 영업정지 등 강력한 후속조치에 찬성하는 뜻을 비쳤다.


반면 산림청 목재생산과 김태호 사무관은 “새로 재정되는 목재산업진흥법에는 그런 내용을 담을 예정이지만, 현행법에는 (불합격) 제품을 회수하거나 폐기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상습위반자에 대해) 영업정지 등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요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부업체가 대부분 영세하다는 점에서 자칫 업계 전체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고 답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