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정치권이 5천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까지 포함한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보상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는 지난 9일 피해대책소위를 열고 5천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를 단계적으로 보상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키로 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개인예금주는 2억원까지 100%, 2억∼3억원은 90%, 3억원 초과 예금은 80%씩 단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2억원 이하 피해자가 전체의 90%에 달하는 만큼 사실상 개인투자자가 대부분 보상을 받는 셈이다. 또한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까지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각계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해 5천만원 이상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겨 앞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예금하거나, 후순위채 매입에 나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고 지적하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금의 지급한도는 5천만원이다. 또 정치권을 향해서는 예금자보호시스템을 무너뜨려 인기를 얻으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번 보상안은 자칫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후순위 채권 투자에 대해서도 예금과 같이 다루는 것도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예금이나 후순위채 매입에 나서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한 저축은행들이 또다시 위험한 대출을 일삼을 수 있고, 이는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저축은행 예금자를 세금으로 구제한다면 법으로 정한 규율을 흔드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09년 영업 정지된 유사 금융기관 피해자와의 형평성, 장차 발생하게 될 유사 사례에 대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어 정부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예금자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금융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전액을 보상한 사례가 한번도 없었다"는 등 수차례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네티즌들도 "투자 손실을 왜 국가가 책임지나", "국민세금으로 왜 보상해주나", "이럴 거면 주식투자피해도 보상해달라" 등 반응을 보이며 몹시 격앙된 모습이다.
한편,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특별법에 의한 구제 대상은 올해들어 영업정지된 9개사와 전일ㆍ으뜸ㆍ전북 등 모두 12개 저축은행의 피해자들이다. 또 피해 보상을 위해 예금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