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은 '하수처리', 삼성물산은 '제조시설'로 세계 시장 두각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주택경기 침체와 공공사업 위축으로 '이중고'에 시달리는 국내 건설업계의 사업 다각화 노력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해외건설협회가 미국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의 2010년도 세계 225대 건설사 순위를 9개 공사종류별로 분석한 결과, 국내 건설업체 4개사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이 하수도·제조시설·전력·석유화학 부문 10위권에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다수의 건설사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포한 수처리 사업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띈다.

대우건설은 하수도시설 부문에서 4억2천만달러의 매출로 독일 최대 건설사 호흐티프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2009년까지만 해도 하수도 공사 매출이 없었지만 최근 '물 산업'을 중점 육성한 덕분에 세계 2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올해에도 대우건설이 알제리 바라키 하수처리장 공사 입찰을 위해 한국환경공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이 나란히 스페인의 담수플랜트업체 이니마(Inima) 인수를 위한 최종 후보에 선정되는 등 국내 건설사들이 수처리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이 부문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제조시설 부문에서는 세계 225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이 3위를, 전력 부문에서는 현대건설이 5위를,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8위를 각각 기록했다.

해당 업체들은 국내 건설업계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 온 분야에서의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 영역을 더욱 넓히는 추세여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회사 매출이 급증한 덕분에 석유화학 부문의 순위도 함께 올라간 것"이라면서도 "과거에는 에틸렌 등 화공 분야에서 주로 강점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점차 업스트림(석유화학 공정의 첫 단계인 원유 생산 부문), 비철금속, 수처리 플랜트 등 비화공 분야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해양 석유·가스 채취사업인 오프쇼어 워크와 해외 원전, 환경사업, 신재생에너지, 복합개발을 미래 '5대 먹거리'로 선정하고 최근 오프쇼어 워크 사업을 전담할 TF를 꾸리며 사업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