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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류]1주년 맞은 동반위, 이익공유제 놓고 대기업과 갈등 고조… 적합업종 선정도 '진통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이 1주년을 맞았지만 이익공유제를 놓고 대기업과 갈등이 고조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적합업종 선정에도 진통을 겪고 있어, 결국은 대기업의 비협조로 인해 큰 성과 없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반위는 13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3차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적합업종 선정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 결과는 이익공유제 도입에 반대하는 대기업 측 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대·중소기업 간 합의라는 동반위의 명분과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견이 큰 데스크톱PC 등 4개 품목은 적합업종 선정이 미뤄졌고, 기존 선정 품목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의 반대로 도입을 미루기로 한 이익공유제는 3월 발표하기로 한 대기업 동반성장지수와 함께 다시 과제로 남게 됐다.

대기업의 회의 불참으로 대기업과 동반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동반위가 동력을 잃고 두 과제 추진에 애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적합업종 선정 진통 여전

동반위는 지난 9월 16개 품목, 지난달 25개 품목에 이어 이날 38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 총 79개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됐다.

지난 5월 신청을 받은 234개 품목 중 자진철회한 것은 119개, 동반위가 반려한 것은 30개며, 2개는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해 온 동반위는 3차 선정 작업을 통해 모든 품목의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견이 큰 데스크톱PC 등 4개 품목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해 이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기존 1,2차 때에 선정된 품목 중 대-중소기업 간 합의가 불충분했던 품목들에 대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경우 동반위가 일부 대기업 사업철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대기업 측이 반발하면서 동반위에 결정을 잠정적으로 유보해달라고 요청했고 레미콘 대기업들 역시 동반위에 적합업종 선정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적합업종 선정의 실효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선정된 업종에서 대기업들이 동반위의 권고를 제대로 지키고 있느냐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이 권고를 벗어나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애초 동반위가 제시한 권고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이익공유제 도입 험로 예상

동반위가 도입을 추진하는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반위가 이날 안건으로 올린 '창조적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 혁신방안'에 따르면 이익공유제, 성과공유제, 동반성장투자 등을 권장사항으로 정하고, 동반성장지수 평가 시 제도혁신 항목을 신설해 이를 실행하는 기업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이익공유제는 판매수입을 공유하는 판매수입공유제, 수입에서 비용을 뺀 순이익을 나누는 순이익공유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의해 설정한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할 경우 일부를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목표초과이익공유제로 세분화된다.

대기업은 이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하거나 또 다른 유형을 개발해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동반위는 이날 대기업의 반발을 고려해 대기업 위원, 중소기업 위원, 공익위원으로 소위원회를 구성, 이익공유제 도입방안을 좀 더 논의해 차기 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또 이익공유제라는 이름을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기로 해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며 도입 자체를 반대했던 대기업 측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익공유제 도입 방안뿐 아니라 동반위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거래 관행 개선안에 대해서도 대기업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는 동반성장지수 평가 항목에 이미 반영된 것들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과 협력사 인건비 상승분을 납품 단가 반영하고 기술개발비를 보상하는 한편, 거래기간 중 납품단가 인하 지양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대기업은 이 가운데 협력사 인건비 상승분을 단가에 반영하라는 부분과 원자재 가격 하락분에 대한 언급 없이 상승분만 반영하도록 한 부분 등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내년 3월 발표하기로 한 동반성장지수의 발표 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동반위는 중소기업의 체감도 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실적평가를 합산해 지수를 산정할 예정이다.

대기업들은 지수 평가 대상인 56개 기업을 점수순으로 한 줄로 세우는 것보다 상위기업만 등급으로 발표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하위 기업도 발표함으로써 동반성장 노력을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