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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지수 발표의 '허실' 살펴보니 '허탈'… 돈만 많이 지원하면 우수·양호 판정

[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4단계로 대기업들을 줄세운 동반성장지수 판정에 의문이 가득하다. 롯데쇼핑 등 '양호' 이상 판정을 받은 기업들을 보면 소위 '돈' 많은 기업들 일색이다. 과거 납품업체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던 기업들도 다수 끼어 있어 기업들은 이번 판정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등급 판정 기준에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제대로 된 동반성장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동반위는 10일 제16차 본회의를 열어 56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1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56개 대기업 가운데 기아자동차·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등 6개 대기업이 '우수' 등급을 받아 동반성장에서 양호한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롯데건설, 롯데쇼핑, 삼성SDI, 삼성SDS, 삼성중공업, 삼성코닝정밀소재, 이마트, 포스코건설,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GS건설,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화학, SK건설, SK종합화학 등 20개사가 '양호' 등급을 받았다.

이에 반해 동부건설·한진중공업·현대미포조선·홈플러스·효성·LG유플러스·STX조선해양 등 7곳은 평가등급 중 가장 최하위군인 '개선' 등급으로 평가돼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우수' 등급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분야 직권·서면실태조사를 1년간 면제받고 기획재정부의 공공입찰시 가점을 받으며,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자로 선정될 경우 우대를 받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반면에 '개선' 등급 기업은 이러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

동반위는 결과 발표 이후 '개선' 등급을 받은 기업일지라도 동반성장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기업이면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개선' 등급에 해당 기업들은 일종의 '평판도' 조사에서 낙제를 받았다는 인식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매우 억울하고 지수평가제도 자체도 매우 불합리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동반성장 하면 자금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우리 같은 경우는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마케팅 능력 배양이나 해외시장 개척 측면의 동반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 것이 평가가 잘 안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동반성장지수 산출에서 자금지원 배점 항목은 50∼70점에 달했던 반면에 해외시장 개척 등의 배점은 3∼4점밖에 되지 않았다.

'개선' 등급을 받은 기업 가운데 익명을 요청한 한 기업의 관계자도 "이번에 발표된 지수는 평가 배점 중 자금지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면서 결국 돈 많은 회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구조로 돼 있다"면서 "각 회사별 특성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협약 평가 결과와 체감도 평가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설문조사 방식으로 평가를 한 게 적합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