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하도급 발주취소로 공정위에 적발, 시정조치도 받고 동반성장지수 우수 및 양호 판정을 받은 촌극이 벌어졌다.
10일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 발표는 객관성·공정성이 떨어져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실적을 평가한다는 애초 취지는 퇴색한 채 ‘면죄부'만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장 최상위 '우수'등급을 받은 6개 대기업 중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하도급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우수’와 ‘양호’ 판정을 받은 삼성전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SDI, 엘지전자는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부당 발주취소 혐의가 있는 전기전자업종 대기업 명단에 포함돼 있다.
동반성장지수 산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56개 대기업의 평가점수를 순위대로 공개하는 점수제나 순위제 대신 등급제가 뒤늦게 채택됐다.
점수와 순위를 공개하지 않고, 전체 평가 대상의 87.5%에 ‘보통’ 이상의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재계의 요구를 들어준 셈이 됐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박사는 “우수나 양호 기업들의 점수가 공개가 안 돼 정말 잘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지수는 공정위의 상생협약 이행실적 평가와 동반성장위의 1·2차 협력업체 체감도 조사를 각각 평가해 등급화한 뒤 50%씩 반영해서 합산한 것이다. 공정위는 상생협약 이행평가를 A~D 4등급으로 구분했다. 우수에 해당하는 A 등급의 경우 90점대 점수를 얻은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의 체감도 평가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들의 점수가 80점대 이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평가와 체감도 조사에서 각기 보통과 개선을 받은 경우, 최종 등급을 보통으로 부여해 등급 인플레이션을 야기시켰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격이 부족한 기업에도 우수 등급이 부여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공정위 간부는 “공정위 평가에서 개선 등급을 받은 업체는 사실상 동반성장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은 최악의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 내부나 공정위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며 “동반성장위가 대기업들의 눈치를 보다가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의 공정성이 의문시되면서 정부가 우수 및 양호 등급 대기업들한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우수나 양호 등급 기업들은 하도급 분야의 직권조사, 서면실태조사가 면제되고, 공공입찰이나 세무조사에서도 우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