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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백혈병' 만화책 2권 SNS 입소문타고 판매돌풍… 언론은 광고사절 왜?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 질환에 걸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 2권, '먼지없는 방'과 '사람 냄새'가 입소문을 타고 서점가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조용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8일 이 책들을 펴낸 도서출판 보리에 따르면, 이들 책은 지난 4월 말 출간 이후 지금까지 3쇄를 찍었고, 두 권 합쳐 1만권 가량이 팔렸다.

만화책이기는 하지만 1쇄도 다 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인문·사회과학 관련 도서 분야에서 선전하며 고무적인 기록을 만들고 있는 것.

게다가 출판사 측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출간소식을 알린 것 이외에는 신문 광고 등 이렇다 할 홍보활동을 하지 못했다. 삼성에 관련된 책이다 보니 언론매체에서 광고를 부담스러워해 신문 광고 등이 어려웠던 것.

출판사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활발히 입소문이 난 덕분에 이 정도 판매가 가능했던 것 같다"며 "책 매출의 1%를 반도체 사업장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NS상에서 반응이 뜨거워 5월 한 달 동안 1만 건의 리트윗이 이어졌다. 리트윗 횟수와 판매수가 비슷한 양상이다.

보리출판사의 기획시리즈 '평화 발자국'의 9번째 책인 '사람 냄새'는 삼성반도체 직원이던 딸을 백혈병으로 잃은 택시 기사 황상기씨가 딸이 산재 피해자임을 인정받으려 싸우는 과정을 담았다. 딸 유미씨는 열아홉의 나이로 삼성반도체 공장에 입사해 2년 만에 백혈병을 얻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모는 택시 뒷좌석에 앉아 마지막 숨을 거뒀다.

10번째 책 '먼지없는 방'은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던 남편을 백혈병으로 떠나보낸 정애정씨를 중심으로 삼성반도체 출신 백혈병 피해자와 유족 일부가 지난해 6월 법원에서 산재 인정을 받기까지 사측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벌인 투쟁 과정을 기록했다.

2권의 책은 각각 다른 피해자들의 사연을 다루고 있지만, 모두 삼성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문제를 다루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두개의 이야기지만 하나의 현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어서 세트로 구입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