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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자본전액잠식으로 부도 위기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저가 항공사로 2007년 출범한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말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져 `계속기업'으로 존속이 어려운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티웨이항공에 이어 이스타항공도 경영난에 빠져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스타항공이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1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림회계법인은 "이스타항공이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84억 원과 26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2011회계연도 말 기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206억 원 초과해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졌다"며 "계속기업에 대한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작년 말 기준 금융리스로 항공기 1대와 운용리스로 항공기 5대, 엔진 3대를 계약해 리스료를 지불하고 있으나 한림회계법인은 채무지불유예, 채권자권리의 제한, 자본유지조건 미충족 등의 사유가 발생해 정상적인 리스거래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림회계법인은 "이런 사유로 이스타항공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면서 "손익개선과 투자 유치, 관계회사 차입금의 출자전환 등의 경영개선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려운 만큼 정상 사업 활동에서 자산과 부채를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상반기에도 유가 상승 여파로 영업 손실을 내는 등 흑자 전환에 실패한 데다 관계사들의 차입금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재무상황은 더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설립돼 전북 군산시에 본점을 두고 있다. ㈜새만금관광개발(49.4%)과 전북은행(8.2%), 군산시청(4.1%), ㈜에이스이공이공(4.0%) 등이 지분(보통주 기준)을 나눠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해양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애경그룹),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케이아이씨그룹), 티웨이항공(옛 토마토저축은행, 현 예금보험공사 소유) 등 현재 5곳 가운데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재무구조가 악화해 재무구조개선이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실질적인 대주주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ㅍ창업 투자회사인 신보종합투자가 전신인 한성항공을 인수하면서 토마토저축은행에서 150억 원을 대출받은 게 화근이었다. 자본 전액 잠식 상태인 티웨이항공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금액이 작년 말 기준 180억 원에서 최근 26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스타항공이 어려워진 것도 오너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케이아이씨그룹은 상장사 케이아이씨와 새만금관광개발, 에이스이공이공 등 10여개 계열사들이 서로 재무적으로 깊게 얽혀 있다. 실질적인 오너인 민주통합당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정계로 진출하면서 회장직과 100%에 가까운 에이스이공이공 지분을 친형인 이경일 이스타항공 회장 등에게 넘겼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스타항공은 고유가와 신규 투자비 부담으로 큰 폭 적자가 나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계열 차원에서 일부 부실 계열사 정리와 자산매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으나 기존 차입금이 커 단기에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사들은 자금력이 탄탄해야 계속기업으로 존속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통상 저가항공사를 설립할 당시엔 500억~6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지만 이후 추가로 500억 원을 쏟아 부어야 적자를 벗어나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에는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면서 "재력이 든든한 오너가 끊임없이 투자해 기반을 잡고 수익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항공사의 매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에 한때 군침을 흘리던 대명과 애경 등 일부 그룹들은 현재 인수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두 차례의 유찰을 거쳐 최근 재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티웨이항공에 대한 인수의향자가 나타나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사 이후 최종 인수제안서를 받아보고 수의계약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매각 예정가격은 300억~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기업이 인수 의향을 보이며 실사를 하고 있다"며 "이달 안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타항공에 대해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너 측에서 매각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곳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고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오너 측에서는 매각 의사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경영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재무상황이 어려운 만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면허를 허가해줄 때 사업계획과 안전 능력 등의 역량을 따져보지만 대주주의 자금력이나 자격은 과잉규제여서 보지 않는다"며 "항공시장은 쉽게 들어왔다 쉽게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데다 이미 포화상태여서 추가 허가는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