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국내외 경기침체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이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메이저 건설사마저
과당 경쟁 등으로 인한 저가 수주로 마진율이 확 떨어진 데다 국내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 여파로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급감, 비상이 걸렸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해당 기업들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 이내 건설사 중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6개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총 5714억3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547억8400만원에 비해 40.15%나 급감했다.
매출 합계는 13조4982억원으로 지난해 11조3648억2200만원 보다 18.77% 증가했다.
또 삼성물산을 제외한 5개사의 3분기 순이익 합계는 올해 3898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5397억4900만원에 비해 27.78%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10대 건설사에 포함된 메이저 건설업체들로, 지난해 10위 밖에 있던 두산중공업(올해 10위)과 3분기 실적을 따로 발표하지 않은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은 조사대상에서 빠졌으며, 삼성물산은 상사부문의 실적을 제외한 수치를 반영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산업개발(-75.07%)과 GS건설(-73.81%)의 영업이익이 70% 이상 쪼그라들었고, 삼성물산(-50.40%)의 하락폭도 컸다. 이밖에 대우건설(-24.94%), 현대건설(-19.20%), 대림산업(-13.82%) 등도 두자릿수대 하락률을 면치 못했다.
주요 건설사들의 수익이 작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은 해외 건설사업의 이익률 저하와 국내 주택경기의 부진이 동반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이익이 줄어든 이유로는 해외 대형사업의 마진율 감소라고 볼 수 있다"며 "지난해 수주한 해외 사업들의 마진율이 많이 떨어졌는데 그게 올해 하반기부터 영업이익에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동 등 국외 시장에서 우리 업체가 따낸 공사의 마진율은 최고 20%를 넘나들 정도였지만 지난해부터 10% 안팎으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우리 업체들끼리 국외 시장에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인 탓도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건설사들이 전보다 가격을 낮춰 중동 등 제3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출혈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 비용 등 원가가 올라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분기별 영업이익이 500억원을 밑돈 것은 IMF 이후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도 실적 부진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보통 아파트를 분양하면 2~3년 뒤 준공 시점에 건설사들이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는데 2009년께 주택경기 한파로 분양 물량이 갑자기 줄어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당분간 주택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건설사들이 주택건축 부문의 대손충당금을 평소보다 많이 쌓고 있어 이익률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 마진율이나 주택경기 문제는 단시일에 해소할 수 없는 것이라 4분기에도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환율 문제도 장기화하면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