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국내은행이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지키기 위해 연말까지 매각하거나 정상화해야 하는 부실채권(고정 이하 여신·NPL)이 무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 이하 여신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대출로, 이자를 받지 못하거나 원금을 떼일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되는 부실채권이다.
15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1조9000억원이며,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97개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의 은행 여신 8700억원을 더하면 최대 22조7700억원으로 늘어난다.
3분기 말(잠정치)을 기준으로 1.56%였던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 여신을 총 여신으로 나눈 비율)도 구조조정 대상 중기 여신을 더하면 1.62%로 오른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제시한 연말 목표치 1.3%를 맞추기 위해서는 은행권은 현 상황에서 약 4조5000억원의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채권 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총 여신이 늘어나거나 정상화되는 채권이 많다면 정리해야 할 부실채권 액수는 줄어든다"며 "반대로 신규 부실이 생기면 정리할 액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방법에는 대손상각(회계상 손실처리)이나 매각, 담보처분, 여신정상화 등이 있다.
통상 정리액수의 절반 이상은 상각과 매각으로 이뤄져, 은행권의 부실채권 매각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부실채권 물량은 늘고 가격은 내려가 매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3분기 말 기준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1.87%로, 지난달 두 번에 걸쳐 14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입찰을 진행했으며, 연말까지 일반담보부채권 1300억원 등 2700억원 규모를 더 매각할 계획이다.
국민은행(1.75%)도 이달 초 4300억원 규모를 매각하고 추가 매각 규모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부실채권 비율이 비교적 낮은 신한은행(1.27%)과 하나은행(1.05%) 역시 이달 안에 2000억원 이상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내놓은 부실채권은 민간 배드뱅크인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나 우리F&I, 일부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이 사들인다.
이들 업체는 부실채권을 정상화하고서 채권을 회수해 수익을 낸다.
부실채권 매입업계 관계자는 "입찰 물량 기준으로 2010년 4조9000억원, 2011년 5조8000억원 규모였던 은행권의 부실채권 매각액이 올해는 6조8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물량이 많고 가격이 잘 맞지 않아 매물이 유찰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4분기에 매각이 몰려 있어 12월 초까지 계속 물량이 나오겠지만 얼마나 괜찮은 가격에 팔릴지는 미지수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