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인 30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주요 주주들이 손을 놓고 버티고 있어 향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납부해야 하는 세금을 자본금으로 해결하면서 1월 디폴트(부도) 위기는 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연말 25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 불발에 따른 자금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3월에는 부도가 불가피하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삼성물산, 국민연금 등 총 27개 컨소시엄이 자본금 1조원으로 설립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자산관리회사(AMC) 오는 17일 도래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이자 46억원을 잔여 자본금으로 납부하기로 했다.
현재 남아 있는 자본금이 5~60억원 정도여서 이번 ABS 이자를 처리하면 사실상 자금이 바닥나게 된다.
AMC는 2월 종합부동산세 59억원이 도래하지만 납부시기를 최대한 연기해 넘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오는 3월 12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PCP) 이자 53억원을 내야 하는데다 3월 16일 돌아오는 ABS 이자 120억원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때까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 사업은 공중분해되게 돼 부도를 결정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지난 달 전환사채(CB) 발행에 실패한 이후 아직까지 이사회도 열지 않고 있다.
드림허브는 작년 12월12일 실시한 주주배정 방식의 2500억원 규모 CB 발행 청약을 실시했으나 주주들이 모두 불참해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드림허브는 이달 초 다시 이사회를 열어 주주배정과 제 3자배정 등 방식으로 CB 발행을 추진하거나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용산 개발 사업이 이처럼 지지부진해진 것은 지난 달 대통령 선거 이후 주주들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1·2대 주주들이 팽팽한 눈치 보기를 하면서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주주들의 이런 움직임에는 먼저 자금조달에 나서자고 했다가는 부담을 더 많이 떠안아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코레일은 자사가 지금까지 총 투자금 12조2603억원을 투입한 반면 민간투자자들은 8531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금 격차에도 코레일의 책임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투자자들은 이같은 주장에 수긍하지 않고 있다. 코레일이 직접 투자한 금액은 7045억원이며 나머지 11조5558억원은 투자금액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ABS 신용보강과 연기한 토지대금은 투자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코레일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며 "먼저 나서 목소리를 높이다 보면 부담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어 다소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롯데관광 측은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들이 60% 이상 참여하는 조건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민간 출자사 중에서 추가로 자금을 댈 곳은 두 군데 밖에 없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주주가 우선 자금조달에 나서 사업부터 살리는 게 맞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주주들은 내심 다음 달 말 출범하는 새 정부가 용산개발 사업 방향에 대한 윤곽을 그려줄 때까지 눈치 보기를 하면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용산개발 사업은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