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확대를 약속했던 농작물재해보험이 지난해 태풍 등으로 인해 손해율이 급증한 손해보험사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어 좌초 위기에 몰렸다.
6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태풍과 한파 등에 대비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지난해 보험료 1375억원을 거둬들였지만 보험금은 무려 4910억원을 지급해 적자가 3535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손해율(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비율)이 무려 357%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태풍 `볼라벤', `덴빈', `산바' 등이 연달아 한반도를 강타하는 바람에 농작물 피해가 컸던 탓이다.
이에 따라 손보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작물재해보험은 NH농협손해보험이 판매하고 있는데, 손해율 100~180% 사이의 손실은 NH농협손보와 다른 재보험사들이 나눠서 부담하고, 180% 이상은 정부가 감당한다.
재보험은 보험사들이 지나친 손실을 막기 위해 다른 보험사에 2차 보험을 드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민간 보험사들의 손실은 1000억원 가량이어서 재보험사들은 이같은 구조로는 사업을 더 하기 어렵다며 올해는 농작물재해보험 참여를 꺼리고 있다.
이들이 재보험을 거부하면 농협 혼자서 모든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정부 기금마저 바닥난 상황이어서 지난해 수준의 재해가 닥치면 농협 손실은 1000억원을 넘게 된다.
민간 보험사들은 정부가 손실을 부담하는 손해율을 180%에서 150%으로 30%포인트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 열린 농어업재해보험심의회에서 예산당국은 "국가 재정부담이 커지는 만큼 연구용역을 맡겨 손실 분담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다음달까지 민간 보험사들과 농어업재해보험 약정을 맺어야 올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예산 관련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사업 시작 여부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어업재해보험 확대는 대통령 당선인도 강조한 정책인 만큼 관련 부처와 원만한 협의를 거쳐 하루빨리 타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농어업재해보험의 확대를 강조하는 등 이를 농업 분야의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