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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로 변신한 조재현. 어딘지 모르게 남루한 옷차림에 평범한 학자의 풍모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예사롭지 않아 무리 가운데도 눈에 띌 정도의 포스가 느껴진다. 조재현이 지난 1995년 KBS 대하드라마 ‘찬란한 여명’ 이후 20여년 만에 도전한 정통사극. 그러나 정도전으로 완벽 몰입한 조재현의 아우라가 그 세월의 공백을 무색하게 한다.
정도전은 몰락해가는 고려 말기 간신들이 득세하던 시절 민심의 처절한 울부짖음을 귀담아 들으며 새로운 왕조, 이상국가 건설을 꿈꾼 정치가이자 혁명가다. 가난한 시골향리 가문 출신에 어머니 가계혈통에 천민의 피가 흘러 고려의 주류가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때문에 신진관료 시절부터 늘 소외당했고 권문세족 세력과 맞설 때마다 참담한 패배를 당해야했다. 십여년에 걸친 유배와 유랑생활. 고려는 정도전을 버렸다. 하지만 그 시기 정도전은 조정에서 배우지 못한 백성들의 진솔한 삶을 만났다. 그는 출신의 한계에 절망하는 대신 백성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역사적 소명을 찾아냈다. 바로 역성혁명. 그는 칼이 아닌 붓으로 난세를 평정하고, 백성의 존경을 받던 무장 이성계와 조선의 기틀을 세웠다.
제작진은 “정도전은 민생의 정치가인 동시에 높은 도덕성의 소유자로, 지친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준 정치가의 삶을 드라마를 통해 영상으로 복원하고자 한다”며 “정치와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탁월한 식견의 리더, 정도전 같은 정치적 리더십을 재조명해보고자 한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에 정도전을 맡은 조재현의 각오도 남다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 번에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영웅이라기보다 민심의 고통을 함께 하고자 했던 한 인간으로 다가가고 싶다”며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드라마 ‘정도전’은 붓으로 난세를 평정한 삼봉 정도전의 장엄한 투쟁기이자 절명시. 왕이나 귀족이 중심이 되는 여타 사극과는 달리, 나라와 문화를 만든 정치가이자 지식인 정도전의 삶에 초점을 맞추면서, 격동의 시기에 대의명분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진짜 정치가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브라운관에 펼쳐질 예정이다.
퓨전사극이 범람하고 있는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에서 사극의 명가 KBS가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 질적으로 차별화된 고품격정치사극을 제작하기 위해 준비기간만 2년 이상 소요된 작품이다. KBS 1TV에서 5개월 만에 야심차게 부활한 시킨 대하드라마 ‘정도전’, 그 대망의 첫 회는 새해 1월4일 방영된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