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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하이트진로, 위기 가운데 내놓은 녹색병 맥주 '테라'

"하이트진로가 창립 100주년을 5년 앞둔 지금, 새 출발점에 서 있다. 100년 기업에 걸맞는 저력을 발휘해 맥주에서 또 한번 성공할 것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행사에서 한 말이다. 하이트진로가 맥주 신제품인 '테라(TERRA)'를 13일 출시했다. 서울 중구 소공로 소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날 오전 출시 행사가 진행됐다.

하이트진로가 6년만에 맥주 신제품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김인규 대표의 모습에서는 기대와 걱정이 뒤엉킨 듯한 감정이 전해졌다. 김 대표는 "신제품은 저희의 새 출발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다. 일선 영업사원을 포함, 모든 임직원이 성공을 위해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국내 맥주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내부에 위기감이 있다는 것이 전해졌고 김 대표의 모습은 비장하기 까지 했다. "너무 심각한 모습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사말을 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말투에서 이런 상황을 느끼기 어렵지 않았다.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도 "경쟁력 획득을 위해 '레귤러 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여기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영목 홍보팀 상무 또한 "제품을 선보이기 까지 형용할 수 없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며 "경쟁력으로 내세운 키워드는 '청정 라거'다. 맥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강점들이 많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2년 OB맥주에 1위 자리를 뺏겼다. 5년째 적자가 이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의 말 처럼, 업계에서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수입 맥주의 파상공세를 받아 하이트진로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러려면 업계 1위인 OB맥주를 넘어서야 한다. OB맥주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절반이 넘어간 52%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를 수입맥주(20%)를 비롯, 하이트진로(24%), 롯데주류(4%)가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에서 그나마 하이트진로가 높은 편이다.

하이트진로는 올 해 두자릿 수 이상의 마켓쉐어(시장점유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 상무는 "'레귤러 라거'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 지난 1993년, '하이트'를 출시했을 때 2년만에 마켓쉐어가 크게 올라갔다. 2년 전, 타사가 라거를 냈었다. 그러나 결과는 상의했다"며 "어떻게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 반응은 달라진다. 저희는 홈런 타자가 되기 위해 타석에 섰다. 올 해 안에 이런 성과가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OB맥주의 점유율이 워낙 높고 수년간 1위 자리에 있는 상황이라 국내 맥주 시장 40% 점유는 쉽게 말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이날 행사에서 "'테라'를 낸 것이 '하이트'의 수명이 다 됐기 때문 아니냐"라며 "'드라이 피니쉬', '맥스' 등의 브랜드들은 정리를 하는 것이냐"란 질문에 오 상무는 "시장에 맡겨야할 것이다. 개별 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다. 소비자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고자 하는 이유"라며 "변화나 단종은 소비자에게 달렸다. 그러나, '하이트'는 두자릿 수 이상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라, 충분히 같이 갈 수 있는 브랜드다"고 답했다.

이어,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선호도가 많이 떨어지는 시점이 올지도 모르겠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 분분은 여러가지를 고려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품명인 '테라'는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를 뜻한다. 주요 타겟층에 대해 오 상무는 "남녀노소다"라고 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타겟은 좀 다르다. 밀레니엄 세대가 타겟"이라며 "환경에 민감하고 소비에 있어서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세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알코올도수는 4.6%다. '청정 라거'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차별화된 원료와 공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청정한 원료를 찾기 위해 5년간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제조사는 "전세계 공기질 부문에서 가장 높은 호주 골든트라이앵글(AGT)의 맥아를 100% 사용했다. 이 지역은 호주 내에서도 깨끗한 공기, 풍부한 수자원, 보리 생육에 좋은 일조량과 강수량으로 유명하다. 비옥한 검은 토양이 특징"이라며 "브랜드네임도 이 지역의 이미지와 청정, 자연주의를 반영해 결정했다"고 했다.

가장 높다는 근거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환경성과지수(EPI)에 있다. 예일대 환경법·정책센터와 컬럼비아대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가 각 나라별 순위를 매긴다. 2년마다 WEF 개막에 맞춰 발표된다. 미국은 10위, 대한민국은 119위로 나타난다.

발효 공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 탄산만을 담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리얼 탄산을 별도로 저장하는 기술과 장비를 새로 도입했다고 한다. 이 공법은 라거 특유의 청량감이 강화되고 거품이 조밀하고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패키지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그린을 브랜드 컬러로 결정하고 모든 패키지에 적용했다. 맥주 병이 녹색이다. 보통 갈색인데, 레귤러 라거 시장에서 처음으로 녹색 병이 사용됐다. '청정하다'는 콘셉트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새로움을 줄 수도 있으나, 어색함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 어깨 부분에 토네이도 모양의 양음각 패턴을 적용했다"며 "휘몰아치는 라거의 청량감을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다.

'테라'는 오는 21일 첫 출고된다. 출고가격은 기존 맥주와 동일하다고 했다. 가격(공장출고가 기준)은 355ml 캔은 1238.95원, 500ml 병 1146.66원이다. "공법, 그리고 패키지에도 심혈을 기울여서 기존 '레귤러 라거'보다 원재료라던지, 부재료에서 원가 상승이 당연히 있다"며 "그러나, 그 정도의 마진율에 대해 포기를 해도 될 정도의 홈런을 친다면 크게 문제될거 같지 않다"고 오 상무는 말했다.

제조사는 맥주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각오와 기대가 큰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하이트진로의 '테라'에 대해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워낙 치열한 상황이다. 레귤러 라거 시장을 잡아야 맥주 시장에서 승자가 된다. 이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