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급증 우려가 고조되면서 대선 유권자들 사이에서 긴축재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3일 재경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지난 1일과 2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성장을 위한 국가 재정 지출' 의견을 묻는 질문에 46.3%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가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는 응답은 25.1%였으며,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18.0%였다.
모든 지역에서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충청도와 경상도, 강원도 및 제주도의 경우 절반을 넘었다.
전라도의 경우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27.2%로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38.5%로 늘려야 한다는 응답(20.1%) 보다 많았다.
연령별로 봤을때는 40대에서만 유일하게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는 응답이 41.4%로, 줄여야 한다는 응답(32.7%)보다 많았다. 이에 대해 서요한 여론조사공정(주) 대표는 40대는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40대 응답자의 54.1%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35.5%였다.
또 이재명 후보 지지 응답자의 47.4%가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현 상태 유지는 23.4%,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19.2%였다.
반대로 다른 대선후보 대부분 지지자는 재정을 긴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윤석열 후보 지지 응답자의 72.0%가 긴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 상태 유지는 12.5%, 확대는 7.5%에 불과했다.
◆ 올해 재정적자 이미 70조원 넘어
연초부터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면서 올해 나라살림 적자 규모 전망치는 71조원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벌써 코로나19 사태에 처음으로 대응했던 2020년 적자에 육박하는 규모다.
재정 적자는 코로나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국가 부채 증가 속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작년 12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정부의 부채 수준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다른 국가보다 매우 빠른 편이라 재정 건전성이나 부채 수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본예산의 50.0%에서 추경 후 50.1%로 상승했다. 역대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미만으로 유지하고자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2020~2026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의 증가폭은 18.8%포인트로 OECD 비기축통화국 17개국 중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경제 구조가 수출 중심이며 대외 의존도도 높은데다 기축통화국도 아니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차질 등과 같은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수출입 변동성과 경상수지 적자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하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9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당시 2016년 예산을 놓고 "국가채무 비율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를 깼다"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던바 있다.
◆ 나랏빚 많아지면 어떻게 되나
국가채무는 이번 추경으로 본예산의 1064조4000억원보다 11조3000억원 늘어 1075조7000억원이 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여야 대선 후보들이 대선 후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 등 추가 지출을 예고하고 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 전망치는 120조원까지 치솟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국채는 국가가 자금마련을 위해 발행한 채권으로, 유가증권과 같이 거래할 수 있어 많이 발행하면 그만큼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발행량 만큼 돌려받을 가능성이 줄어들어 금리는 상승하고 채무도 늘어난다.
또 국채 발행은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1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과 재정 적자를 용인하는 기조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그만큼 부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으로 해석돼 외국인 투자가 빠져나가고, 최악의 경우에는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측과의 면담에서 재정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으나 앞으로 우리 일상과 경제활동이 정상화됨에 따라 재정의 정상화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며 "정부는 이를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세입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엄격한 재정준칙 설정·준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인하고 한층 두텁게 할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과 대외 신인도 지표의 호조는 민간 부문의 해외조달 여건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적은 비용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일반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어떻게 조사했나
여론조사공정(주)이 재경일보 의뢰를 받아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전화통화(무선 100%)로 의견을 물었다. 전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5.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