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 "가급적 (여야가) 합의해서 예산 처리 후에 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인데 당의 동의를 구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그간 국정조사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여당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며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야당도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함에 따라 '국정조사 대치 정국'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21일 주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 회동에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예산안 처리 법정 기일이 12월 2일이고 정기국회도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정조사 계획서가 채택되고,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내는 데에 1주일 이상 걸린다"며 "예산 처리 후 수사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으나, 대략 언제쯤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될 수 있는지 파악을 해 보고, 예산 처리 이후 협의에 응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안 심사 및 의결 등 시급한 정기국회의 과제를 먼저 해결한 뒤 국정조사 협의를 하자는 일종의 '역제안'을 던진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일방적으로 합의 없이 국정조사를 한 예도 없지만, 거기에 대한 부담도 있으니, 조금씩 역지사지해 협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를 검토해보자는 제안은 진전된 의견이고 전향적 입장을 내준 것이라 평가한다"고 답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예산안 처리 이후'라는 것이 일자와 시점이 특정되지 않지만,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비친다"며 "마냥 시간을 끌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그런 진정성을 수용해 저희도 내부검토를 해 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이와 별도로 김 의장을 향해 자체 설정한 국정조사 계획서 본회의 처리일인 24일까지 국정조사 특위 구성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내일(22일)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특위 명단을 확정해 선임 결과를 통보해줘야 모레(23일)에는 특위를 열고 조사계획서를 마련해 목요일(24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며 "여야가 최대한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밟겠으나 의장께서도 절차를 충실히 진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국정조사를 하려면 특위가 구성되고 나서도 실제 조사를 하기까지는 질문·답변자료 준비 등 과정에 모두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24일에 여야가 실질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보인다"며 여야 협의를 촉구했다.
김 의장은 또 "날은 점점 저물어가는데 예산안 심사 등 할 일이 너무 많다"며 "그렇다고 많은 국민이 희생당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회가 입을 꽉 닫고 수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역할을 못 하는 것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후 약 50분간 비공개 논의를 진행했지만, 국정조사 시기 등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 기간이 국정조사와 섞이는 것은 맞지 않고, 예산안 처리 후 합의해서 국정조사를 할 길을 찾아보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의 전향적인 입장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향후 입장을 국민의힘에도 드릴 예정"이라며 "김 의장께는 내부 검토와 별개로 24일 본회의에서 계획서 채택 절차를 이행해주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