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의 절반가량은 매달 받는 수급액이 4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급자는 계속 늘지만, 가입자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보험료 적정화 등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내놓은 국민연금 공표통계(2023년 9월말 기준)에 따르면 국민연금 중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을 제외한 노령연금을 수급하는 사람의 수는 540만75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월 수급액이 20만원 미만인 경우가 11.9%(64만6천871명), 20만∼40만원 미만인 경우가 38.0%(207만112명)를 차지했다.
이를 합치면 49.9%, 전체 수급자의 절반이 40만원 미만을 받는다는 얘기다.
40만원 미만 수급자가 수급자의 절반이나 되는 것은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0만∼60만원 미만은 20.4%(111만1명)여서 70.3%가 60만원이 안 되는 급여를 받았다.
수급액 60만∼80만원 미만은 10.9%(59만2천668명), 80만∼100만원 미만은 6.4%(34만7천905명), 100만∼130만원 미만은 6.0%(32만6천776명), 130만∼160만원 미만은 3.5%(19만2천906명)였다.
또 160만원∼200만원 미만인 경우는 2.5%(13만6천336명), 200만원 이상인 경우는 0.3%(1만7천178명)뿐이었다.
가장 많은 노령연금을 수급하는 경우는 수급액이 266만4천660원에 달했지만, 전체 수급자의 평균 수급액은 61만9천715원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명목 소득대체율(40년 연금 가입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올해 기준 42%(작년 42.5%)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 가입기간이 2022년 기준 19.2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아 실질 소득대체율은 턱없이 낮다. 2020년 기준 실질 소득대체율은 22.4%에 불과하다.
한편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작년 9월 말 기준 2천225만411명으로, 2022년 말의 2천249만7천819명보다 24만7천408명 줄었다.
연말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늘었던 가입자 수가 생산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급자 수(작년 9월 말 기준)는 671만6천97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2022년 연말(664만2천643명)보다 7만4천327명 늘었고, 2021년 연말(607만124명)보다는 64만6천846명이나 늘어 2년 새 6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지급한 연금의 총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작년 9월까지 29조2천314억원을 연금 급여로 지급했는데, 이는 2021년 한 해 지급액(29조1천368억원)을 넘어서는 액수다.
국내외 주식시장의 강세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1천조원대로 올라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9월 말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984조1천606억원으로, 2022년 연말(890조4천657억원)보다 93조6천949억원 늘었다.
9월까지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8.66%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작년 말 기금 규모는 1천조원을 넘었을 것이 확실시된다.
김혜진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느는 인구구조에서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부담 수준을 적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개혁 방안들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