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정부, 필수 의약품 공급 중단 막기 위해 주사제 등 약값 10% 일괄 인상... 원가 보전 및 정책가산 신설

이겨례 기자
정부, 필수 의약품 공급 중단 막기 위해 주사제 등 약값 10% 일괄 인상... 원가 보전 및 정책가산 신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수익성이 낮아 생산 포기 우려가 큰 '퇴장방지의약품'의 지정 기준액을 약 10% 상향 조정한다. 주사제 기준액은 기존 5,257원에서 5,783원으로 오르며, 제약사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가산 제도와 국가 위기 시 직권 지정 근거가 새롭게 마련된다. 이번 조치는 생산 원가 상승을 반영해 필수 약제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나 이익이 적어 제약사가 생산을 포기할 우려가 있는 약제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가격 기준을 현실화한다.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하고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선을 약 10%씩 일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원가 상승 부담을 겪는 제약업계의 생산 의지를 고취하고 필수 의료 체계의 공백을 방지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시장 질서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공 의료의 필수 자재를 확보하려는 정책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약제별 조정 내역을 살펴보면 알약 형태인 내복제는 기존 525원에서 578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입으로 마시는 내복액상제는 최소 단위당 40원에서 44원으로, 피부에 바르는 외용제는 2,800원에서 3,08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사제의 경우 기존 5,257원에서 5,783원으로 기준액이 올라 제약사의 원가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게 된다. 이는 생산 원가 증가분을 약가에 반영하여 기업이 지속 가능한 생산 환경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조치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방식은 이전보다 유연하고 신속한 행정 체계로 전환된다. 기존의 정형화된 자료 제출 방식에서 벗어나 관련 단체의 추천을 통해 자료를 수시로 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다. 이는 현장의 의약품 수급 상황을 신속히 반영하여 필수 약제의 일시적 공급 중단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정적 보완책이다. 절차적 간소화를 통해 정부와 업계 간의 소통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천하는 필수의약품이나 국가필수의약품에 포함된 성분 및 제형은 우선 지정 대상으로 검토된다. 정부는 공중보건상 중요도가 높은 약제에 대해 행정력을 집중하여 우선적인 가격 보전을 시행할 방침이다. 이러한 우선순위 설정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정책적 시급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다. 국가 보건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별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비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 지정 근거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었다. 감염병 확산으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 이상으로 발령되거나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직접 특정 약제를 퇴장방지약으로 지정할 수 있다. 긴급한 경제적 위기로 약가가 급등하거나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도 신속한 개입이 가능해진다. 이는 법치에 근거한 정부의 시장 개입 권한을 명확히 하여 비상시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제약사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가산 제도가 신설되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뒷받침한다.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기업이 최근 3년간 공급 중단 보고 없이 성실히 이행했을 경우 3%의 가산율이 적용된다. 이는 단순히 약값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공급 이행 책임과 가격 보전을 연계하려는 시도다. 성실한 공급 업체에 확실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추가적인 가산 항목은 국가필수의약품 여부와 단독 등재, 국내 생산 원료 사용 등 총 7가지 평가 항목으로 세분화된다. 각 항목당 1%씩 추가 가산이 가능하며 이를 합산하여 최종 약값 인상에 반영하는 구조를 취한다. 국내 제약 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원료 의약품의 국산화를 유도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다. 이는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다.

연간 청구액이 적은 영세 품목에 대해서는 복잡한 원가 계산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여 행정적 편의를 제공한다. 행정 지원 대상인 소액 청구 품목의 기준을 기존 1억 원 미만에서 5억 원 미만으로 대폭 확대했다. 해당 약제들은 원가 분석 금액이나 동일 제제 평균가 등을 고려해 보다 수월하게 약값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영세 제약사의 행정 부담을 경감하여 소수 환자를 위한 희귀 필수 약제의 생산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고시 개정은 제약사가 필수의약품 생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원가 보전을 현실화하고 시장의 자율적 생산 의지를 고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 개선이 제약사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여 장기적으로는 고질적인 의약품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른 보상 체계 확립이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는 근본적 대책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약값 인상이 건강보험 재정에 장기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필수 약제의 가격 보전이 시급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인상 폭과 대상 선정의 적절성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상된 약값이 실제 공급 안정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엄격한 사후 평가와 모니터링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개정 고시는 행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2026년 8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예고 기간 동안 의료계와 제약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제도의 완성도를 최종 점검할 계획이다. 필수의약품 공급망의 안정화는 국가 안보 및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향후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하고 신속한 정책 대응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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