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스라엘, 이란 추가 공습 강행…중동 휴전 협상 고비

장선희 기자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서부 및 중부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추가 공격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직후 이뤄진 조치다.

이번 공습은 미국과 이란이 추진 중인 휴전 및 평화 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트럼프의 공개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이 이뤄지기 몇 시간 전 이스라엘과 이란의 추가 충돌이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 네타냐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거친 표현까지 사용하며 레바논 공격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중동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 레바논 공격이 촉발한 긴장 고조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레바논 공습이었다.

미국이 지난주 레바논 휴전안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은 일요일 베이루트 인근 지역을 공습했다. 이에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다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다.

그동안 미국은 레바논 전선의 긴장을 완화해야 이란과의 포괄적 휴전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전쟁은 이란 문제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미국과의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 이란 군사시설 타격 확대

이스라엘군은 추가 공격에서 이란 군사시설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이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어느 나라든 이 같은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1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에 대응해 지대지 미사일 발사 기지와 군사 인프라를 공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너지 관련 시설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강조했다.

▲ 유가 급등…시장도 즉각 반응

군사 충돌 재개 소식에 국제 원유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 초반 3% 이상 상승하며 배럴당 96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중동 지역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축인 만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 예멘까지 가세한 다중 전선 위기

이번 충돌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직접 대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텔아비브에서 공습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예멘에서 발사된 미사일도 탐지했다고 밝혔다.

예멘발 공격은 지난 4월 휴전 이후 처음 발생한 사례다.

중동 내 친이란 세력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이란, 예멘 등 복수 전선에서 위협에 직면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향후 충돌이 지역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Photo : [AP/연합뉴스 제공])

▲ 미국-이란 협상, 최대 분수령 맞아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약 30분간 전화 통화를 하며 추가 공격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좋은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며 군사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현재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전쟁 종식과 핵개발 제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레바논 휴전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합의도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공습은 양국 간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전략적 대치

중동 갈등의 핵심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란은 지난 4월 이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며 국제 사회에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 역시 이란 항만에 대한 봉쇄 조치를 유지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양측은 해협 정상화와 관련해 원칙적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군사 충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군 기지가 위치한 인근 아랍 국가들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되면서 갈등 범위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 핵협상과 제재 해제가 최대 쟁점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을 협상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했던 핵합의(JCPOA)보다 강력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도 받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 및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동결 자산 반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동결된 이란 자산 일부를 걸프 국가들의 전쟁 피해 복구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중동 정세는 휴전 협상과 군사 충돌이 동시에 진행되는 불안정한 국면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독자적 군사행동과 이란의 보복 공격이 반복되면서 협상 동력은 약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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