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만에 바뀌는 형사사법체계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72년 만에 전면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대통령 서명과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2일부터 관련 법률들이 시행되면 검찰청은 폐지되고 후신 격인 공소청이 출범하게 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였다. 앞으로 모든 사건의 수사는 사법경찰관인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담당하고 공소청은 경찰 등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검찰이 담당했던 직접수사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수사하는 검사’도 원칙적으로 없어지게 됐다. 형사사법체계의 권한 집중을 해소한다는 취지였지만,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효율성과 견제 효과를 낼지는 향후 제도 운영의 핵심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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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고발 창구 경찰로 일원화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고소·고발 절차였다. 오는 10월부터 대부분의 고소·고발은 경찰이 접수하게 되며 공소청에 직접 고소·고발장을 제출해 사건 처리를 요구하는 방식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사건을 검사에게 넘기고, 검사는 송부받은 기록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의문이 발생하더라도 직접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하거나 증거를 수집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했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1개월 안에 수사를 마치고 검사에게 결과를 알려야 하며 필요한 경우 최대 1개월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사건 초기의 사실관계 확인과 증거 확보에서 경찰 수사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게 됐다. 경찰의 초동수사 역량과 수사관의 법률적 판단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는 비중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 불송치 이의신청으로 견제 장치 마련
경찰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 등은 3개월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공소청 검사가 사건을 검토하게 돼 경찰의 판단이 사실상 최종 결정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마련했다.
고소인과 피해자, 법정대리인뿐 아니라 무고죄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고발인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에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위법·부당하게 이뤄진 경우에도 경찰이나 검사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기관의 판단뿐 아니라 수사 지연과 절차적 문제까지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둔 셈이었다.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필요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해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도 있게 됐다. 검사가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생길 경우 사건관계자를 불러 면담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듣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은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해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조사의 범위를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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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대 범죄’ 예외 확대가 변수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었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성범죄, 아동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 학대, 노인학대 등 이른바 ‘7대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송치 여부를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모두 검사에게 넘기도록 하는 방향의 추가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는 경찰 중심의 수사체계가 사회적 약자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됐다. 다만 예외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에 따라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었다.
특히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려면 경찰과 공소청 사이의 사건 처리 기준과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했다. 기관 간 역할 분담이 불분명할 경우 사건이 서로 오가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연되거나 책임 공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다.
▲ 경찰 수사 역량이 사건 향방 좌우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직접수사가 차단되는 만큼 사건 초기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리적 쟁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소인과 피해자 측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었다.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 측은 이의신청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사 지연이나 부당한 수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필요하면 담당 수사관 교체 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자와 고소인에게 보다 적극적인 법률 대응을 요구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 수사권 분산의 대가 ‘법률비용 증가’ 우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특정 기관에 수사와 기소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절차가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었다.
경찰 단계에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법리적 주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경우 이후 공소청 단계에서 이를 바로잡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사건이 늘어나면 변호사 선임 필요성이 커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수사·기소 분리라는 제도적 변화가 국민의 권리보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찰의 전문성과 수사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피해자와 고소인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형소법 개정은 단순히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조직개편을 넘어 사건의 첫 단추를 끼우는 수사기관 자체를 바꾸는 제도적 전환이었다. 제도의 성패는 수사권을 어느 기관에 배분했느냐보다 경찰 수사의 전문성과 공소청의 통제 기능, 피해자 보호 장치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