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수년간 국가 안보 기관을 대상으로 펼쳐온 구애가 마침내 결실을 보고 있다.
미 정부는 스페이스X의 최대 단일 고객이다. 설립 24년 차인 이 회사는 상장을 앞둔 증권 신고서에서 미 정부를 '고객 A'로 명시했다. 2025년 기준 약 40억 달러에 달했던 정부 관련 매출은 향후 수년 내에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위성 양산 능력과 신속한 로켓 발사 기술을 바탕으로, 펜타곤(미 국방부)을 능숙하게 움직이며 고부가가치 계약을 따냈다. 이러한 계약들은 스페이스X를 군과 정보 기관의 우주 전략 핵심에 올려놓았다.
지난달 우주군은 스페이스X에 작전용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해 23억 달러, 궤도상에서 미사일과 항공기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위성 구축을 위해 4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두 프로젝트 모두 펜타곤의 '기타 거래 권한(OTA)'을 통해 신속하게 진행됐으며, 무기 및 기술 획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많은 규제를 우회했다.
스페이스X는 록히드 마틴이나 노스롭 그루먼 같은 거대 방산 기업에 비하면 훨씬 작은 규모의 정부 계약 업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 및 정보 기관과 스페이스X의 협력이 급성장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기존 방산 기업들의 우주 사업과 경쟁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가 안보에서 스페이스X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필수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관리들은 지난해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을 때조차 군사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 기관 퀄리티 스페이스(Quilty Space)의 킴벌리 버크 정부 업무 이사는 "스페이스X는 모든 기차가 달리는 철로가 되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저궤도에서 정부 작전의 근간이 되기를 열망한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 측은 이와 관련한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머스크는 지난 목요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가 미국 국가 안보의 '필수적 요소'라고 언급했다. 그는 군용 위성 통신망인 '스타실드(Starshield)' 프로젝트와 정부 정보 기관이 운영하는 기밀 프로그램들을 그 예로 들었다.
▲ 신속함으로 승부하는 스페이스X의 전략
스페이스X가 국방 분야에 제시한 전략은 명확했다. 바로 '빠른 속도'였다. 회사는 기존 프로그램이나 계약 요건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이미 보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정부에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전략은 '공중 이동 표적 지시기(Airborne Moving Target Indicator)'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했다. 펜타곤은 우주에서 공중 물체를 포착하는 다양한 기술을 시험 중이었으나, 군 관계자들은 지난해 시스템 실전 배치까지 2030년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훨씬 빠른 일정으로 레이더 기반 시스템을 발사하겠다고 제안하자, 정부는 지난 2월 스페이스X의 기술 역량에 맞춘 긴급 요청을 발주했다.
펜타곤 관계자들은 향후 미사일 추적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도 추가 계약을 따낼 것이라고 전했다.
기밀 위성을 운용하는 미 정보기관인 국가정찰국(NRO) 역시 스페이스X와 협력하여 영상 위성 네트워크와 지상 이동 표적 추적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 기관은 일반적인 정부 계약 규정을 일부 우회하는 협약을 맺을 수 있다.
NRO는 성명을 통해 모든 획득 절차는 법적 및 규제 준수를 위해 검토된다고 밝혔다. 또한, 200개 이상의 저궤도 위성 시스템은 "우리 국가가 확보한 가장 진보하고 강력한 정보·감시·정찰(ISR) 위성군"이라고 강조했다.
펜타곤은 스페이스X를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무기 및 능력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기업의 모범 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1월 텍사스의 스페이스X 스타베이스 시설을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펜타곤이 과거 느린 위원회와 '끝없는 프로젝트'에 시달려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헤그세스 장관은 "이는 스페이스X의 방식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이스X[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협력 관계 구축과 향후 과제
스페이스X의 기술은 펜타곤 및 정보 기관 내부에 강력한 인맥을 쌓는 데 일조했다.
트로이 메잉크 공군 차관은 지난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면 답변에서, 머스크가 자신이 현재 직책을 맡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할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혔다. 전직 NRO 고위 간부였던 메잉크는 전문적인 공무 외에 머스크나 스페이스X와 개인적인 관계는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의원들은 군의 우주 포트폴리오에서 스페이스X의 점유율이 높아지자 경쟁 저하를 우려했다. 이에 대해 메잉크 차관은 지난 5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일부 프로그램은 더 많은 기업의 참여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만큼 '속도가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메잉크는 "이러한 능력의 중요성 때문에 지금 당장 생산할 수 있는 것을 추진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국방 관계자들은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초대형 로켓 '스타십(Starship)'을 활용해 더 큰 화물을 궤도에 올리고 심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페이스X는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인근의 군 소유 발사대에서 연간 최대 76회의 스타십 발사를 허가받았다. 이는 WSJ가 확인한 2022년 군 내부 메모에 명시된 해당 시설의 예상 최대 발사 횟수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군 문건에 따르면, 발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주군의 상급 조직인 공군은 스타십의 능력을 확보하고 우주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다.
스페이스X의 이러한 발사 계획과 나사(NASA) 시설을 이용한 스타십 발사 시도는 경쟁 로켓 기업들의 우려를 낳았다. 보잉과 록히드 마틴이 공동 소유한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ULA)는 해당 지역의 발사대 하나만 스타십이 사용해도 다른 로켓 운용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스페이스X는 공항처럼 발사 시설을 운영하여 다양한 제공자가 하루에도 여러 번 발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