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자체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 배치를 위해 팰컨 9(Falcon 9) 로켓의 발사 공간을 점차 독점함에 따라, 일론 머스크 CEO의 로켓에 의존해 온 경쟁 우주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천체물리학자 조나단 맥도웰(Jonathan McDowell)의 발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팰컨 9 미션 중 스타링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4%에서 2026년 현재 약 79%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최소 7개 위성 제조 및 운용 업체가 2028년 또는 2029년까지 모든 유형의 미션에 대한 팰컨 9 예약이 전면 마감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발사 정체 현상이 재사용성을 극대화해 팰컨 9보다 운용비용을 낮추도록 설계된 신형 스타십(Starship) 로켓으로 전환하려는 스페이스X의 계획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스타링크 중심의 경제적 실리와 수익 구조
스페이스X 발사에서 스타링크의 비중이 늘어난 배경에는 명확한 경제적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십을 활용해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하는 단일 미션이 외부 상업 고객의 화물을 수송하는 것보다 네트워크 확장으로 얻는 수익을 고려했을 때 수천만 달러 이상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추정한다.
스타링크 사업부는 지난해 스페이스X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스타링크는 2025년에만 11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스페이스X의 전통적인 우주 발사 사업 매출은 41억 달러에 그쳤다. 우주 산업 조사기관 파이낸셜 퓨처스(Rational Future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킬 라오(Akhil Rao)는 스페이스X가 한정된 발사 용량을 자사 위성에 우선 투입함으로써 외부 고객을 수송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AI 데이터센터 구상과 NASA 계약 부담
지난 6월 상장(IPO)을 단행한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통해 스타링크 네트워크를 대폭 확장하고, 최종적으로 태양광 발전 기반의 궤도 AI 데이터센터 역할을 할 위성을 최대 100만 대까지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2028년을 목표로 한 미 항공우주국(NASA)과의 달 착륙선 계약에 따라 다수의 궤도 내 연료 보급 및 테스트 비행도 예정되어 있다.
이로 인해 스타십이 2026년 말 첫 궤도 배치 미션을 시작하더라도 상업 고객이 들어설 자리는 극히 제한될 전망이다. 한 위성 업체 관계자는 AI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궤도 데이터센터를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스페이스X가 스타십을 상업용으로 저렴하게 개방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 역시 투자설명서(IPO Prospectus)를 통해 미 정부 계약이나 제3자 고객보다 자사 화물 발사를 우선시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 우주 접근 비용 상승과 중소 스타트업의 위기
팰컨 9은 1단 추진체의 뛰어난 재사용성과 높은 발사 빈도로 미국 우주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으나, 발사 비용은 2013년 약 5,400만 달러에서 현재 약 7,400만 달러로 상승했다. 자체 로켓이 없는 중소 위성 업체들은 발사 비용 상승과 선복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발사 가격이 하락하거나 발사 공간이 넉넉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로켓을 구하지 못한 우주 스타트업들의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발사체 시장의 경쟁 구도와 대안 모색
경쟁 발사체 기업들은 스페이스X의 빠른 발사 주기와 높은 재사용성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의 재사용 로켓 '뉴 글렌(New Glenn)'은 지난 5월 발사대 폭발 사고로 최소 올해 말까지 발사가 중단되었으며, ULA의 '벌컨(Vulcan)' 로켓 역시 부스터 문제로 지난 2월부터 운항이 중지된 상태다.
발사 빈도 2위 기업인 로켓 랩(Rocket Lab)은 재사용 로켓 '뉴트론(Neutron)'을 개발하는 한편, 위성 통신 기업 이리디움(Iridium)을 8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로켓 랩의 피터 베크(Peter Beck) CEO는 부품 사업 및 고객사들의 발사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라며, 스페이스X와 달리 수송 생태계 유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