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재판부 기피 심리 재판부까지 기피…김용현 전 장관 측, 유례없는 ‘연쇄 기피’로 항소심 중단

이겨례 기자
재판부 기피 심리 재판부까지 기피…김용현 전 장관 측, 유례없는 ‘연쇄 기피’로 항소심 중단
©연합뉴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자신들의 법관 기피 신청을 심리하는 재판부마저 거부하며 사법 절차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신청에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이 동참했으며, 특검팀은 이를 명백한 재판 지연 전략으로 규정하고 법원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내란 혐의 항소심 재판부 기피 신청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또다시 기피 신청을 내며 소송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장관 측은 전날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기피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1부는 당초 김 전 장관 측이 본안 재판부인 형사12-1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피 신청의 타당성을 심리하던 곳이다. 이번 신청에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도 뜻을 같이하며 사법부의 특정 재판부 운영 방식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의 근원은 지난 14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 전 장관 측이 소송 지휘를 맡은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에 대해 기피 신청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본안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신청이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명백한 사례인지 판단하여 직접 기각하는 '간이 기각' 처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절차적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 또 다른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에 해당 심리를 배당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피고인 측은 자신들의 기피 신청을 심리하는 주체마저 내란 전담 재판부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연쇄적인 기피 신청이라는 이례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피고인 측은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들이 구조적으로 공정한 심리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치며 방어권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변호를 맡은 유승수 변호사는 "애초 형사12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던 것과 같은 취지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내란 사건을 맡는 재판부가 기피 신청 사건을 심리한다는 것 자체에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전문 재판부 체제 내에서 이루어지는 심리 배정 방식이 피고인의 객관적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피의 기피' 신청이 사법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피고인 측의 이러한 행보를 신속한 재판 진행을 방해하려는 의도적인 지연 전술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검팀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내란 등 사건은 중대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재판 기간을 법률로 엄격히 정하고 있다"며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이어 "기피 신청으로 인해 항소심 재판의 장기간 중단이 불가피해진 상황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제정된 특검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 측은 피고인들이 권리 행사를 명분 삼아 형사 사법 절차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서울고법 형사1부는 김 전 장관 등이 제기한 '기피 사건에 대한 기피 신청'을 대상으로 간이 기각 여부를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재판부가 이번 신청을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부당한 신청으로 판단해 간이 기각할 경우 본안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심리가 재개될 수 있다. 하지만 기각 결정이 늦어지거나 별도의 심리 절차가 길어질 경우 내란 사건 항소심은 상당 기간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사법부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재판의 신속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판 기피 신청은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 중 하나이나, 이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재판 자체를 무력화하는 행위는 시장 질서와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사법 가치관에 비추어 볼 때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국가 안보와 직결된 내란 혐의 사건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법 집행의 효율성과 엄중함을 유지하는 일이다. 향후 법원이 이번 연쇄 기피 신청에 대해 어떤 법리적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대형 형사 사건의 소송 관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명확하고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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