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라는 요구에 격분해 세차장 동업자를 흉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수와 우발적 범행 정상을 참작하면서도 범행의 잔혹성과 유족의 고통을 고려해 양형 권고 기준의 상한인 12년을 초과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수원고법 형사2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선고한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피고인의 행위 책임에 비추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권고 형량의 상한선을 넘어서는 결정이 항소심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 24일 오후 10시경 경기도 수원시의 한 세차장 사무실에서 발생한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되었다. 평소 세차장을 함께 운영하던 동업자 B씨는 A씨에게 "일을 그만두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무실 내에 비치되어 있던 식칼을 집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피해자 B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사무실 소파에 앉아 무방비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A씨는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B씨의 목 부위 등 급소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치명상을 입혔다. B씨는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으며 A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112에 신고하여 자수 의사를 밝히고 경찰에 체포되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직후 자수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또한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라기보다는 동업자의 발언에 격분해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도 양형 결정 과정에서 고려되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참작 사유에도 불구하고 범행의 결과가 대단히 참혹하다는 점에 더 큰 무게를 두었다.
현행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살인죄 권고 기준에 따르면 자수와 같은 감경 요소가 반영될 경우 형량 범위는 징역 7년에서 12년 사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의 급소만을 노려 공격하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양형 기준상의 상한선인 12년을 2년이나 초과한 징역 14년을 선고하는 엄중한 결단을 내렸다.
피해자의 유족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상실감 역시 중형 선고의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생명을 잃음으로써 남겨진 가족들이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유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급소 부위를 노린 점을 고려할 때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살인의 고의가 명확했다"고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적시했다. 또한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 및 유사 사건의 양형 선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법관의 양형 재량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행사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고법 형사2부 또한 원심의 판단이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타당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난 선고가 이루어졌더라도 그것이 법관에게 부여된 재량권의 합리적인 범위를 이탈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비교했을 때 징역 14년이 결코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다.
피고인 측은 항소심 과정에서 자수한 점과 우발적 범행임을 재차 강조하며 원심의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검찰 측은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오히려 낮다는 이유로 항소하며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의 항소 이유를 면밀히 검토했으나 원심의 형량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나 특별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동업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경우 사법부가 얼마나 단호하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양형 기준이 참고 자료일 뿐 절대적인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다시금 확인되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도 인명 경시 범죄에 대해서는 양형 기준을 상회하는 엄중한 처벌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민들은 이번 판결이 법치주의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적절한 조치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특히 술에 취해 무방비 상태였던 동업자를 살해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유족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진심 어린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 한 법원의 관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향후 유사한 사건의 재판에서도 범행의 잔혹성과 고의성 여부가 양형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피고인의 개인적인 사정보다는 범죄 행위 자체의 질과 피해자가 입은 고통의 크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추세다. 이번 징역 14년 확정 판결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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