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경찰청, 세계 최초 '현장 감식 국제표준' 인증제 시행... 과학수사 신뢰성 법적 무결성 확보

이겨례 기자
경찰청, 세계 최초 '현장 감식 국제표준' 인증제 시행... 과학수사 신뢰성 법적 무결성 확보
©연합뉴스

 

경찰청이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인식하고 채취하여 보관하는 전 과정에 대해 국제표준(ISO 21043-2) 기반의 인증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다. 이번 제도는 과학수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시켜 법정 증거 능력을 강화하고 사법 절차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핵심 목적이 있다. 경찰은 지난 2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인증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베테랑 수사관들을 전문 심사원으로 양성하며 제도 시행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

경찰청은 범죄 현장에서의 증거 수집 절차를 체계화한 국제표준 기반 인증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과학수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이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 법과학위원회가 제정한 현장 감식 분야의 표준을 실제 수사 현장에 적용하는 세계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증거의 인식부터 기록, 채취, 운반, 보관에 이르는 모든 경로를 표준화함으로써 수사 과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사법적 무결성을 증명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인증제의 근간이 되는 ISO 21043-2는 지난 2018년 제정된 현장 감식 분야의 유일한 국제 가이드라인이다. 경찰청은 지난 2년 동안 국제 표준이 요구하는 엄격한 조건과 기존 경찰 내부 규정 사이의 차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의 치안 환경에 최적화된 동시에 국제 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독자적인 인증 심사 기준을 확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적 자원의 전문성 강화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1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보유한 정예 과학수사관들을 선발하여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전문 인증 심사원으로 양성하는 교육 과정을 완료했다. 이들은 향후 전국 시도경찰청의 현장 감식 체계를 점검하고 국제 표준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경찰청은 인증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과학수사 국제표준 인증위원회를 공식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표창원 한림대 특임교수와 정희선 성균관대 교수 등 법과학 및 범죄 수사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이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인증 기준의 적절성을 심의하고 각 시도경찰청의 인증 획득 여부를 최종 결정하며 심사원 자격 부여 등 제도 전반을 관리한다.

국제적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외부 기관과의 협력 체계도 강화했다. 경찰청은 한국인정평가원(KAB)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제표준 적합성 평가 체계 구축 및 인증 운영에 관한 자문 협력을 약속했다. 이러한 민관 협업은 경찰의 자체적인 인증 제도가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시각에서도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장치가 된다.

표창원 한림대 특임교수는 "한국의 과학수사가 이번 제도를 통해 현장에서 법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라는 대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범죄 현장에서 수집된 증거의 증거력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서 경찰의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수사 절차의 표준화는 결국 국가 형벌권 행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경찰청은 이미 과학수사 기초자료 관리 분야에서 기록관리(ISO 30301), 정보보안(ISO 27001), 개인정보보호(ISO 27701) 등 다수의 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이번 현장 감식 분야 인증은 기존의 정보 관리 시스템 인증을 넘어 실제 수사 액션 단계까지 국제 표준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는 한국 경찰의 과학수사 역량이 시스템과 실무 양측면에서 모두 글로벌 톱티어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표준화된 절차의 강제가 현장 수사관들의 유연한 대응을 제약하거나 행정적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치주의와 시장 경제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수사 절차의 표준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는 것이 중론이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증거는 사법 비용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표준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현장 감식 단계까지 국제표준을 적용함으로써 한국의 과학수사 체계가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임을 공인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향후 모든 시도경찰청이 순차적으로 국제표준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러한 행보는 한국의 과학수사 모델을 해외에 수출하거나 국제 수사 협력 시 주도권을 잡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인증제 도입은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동시에 법적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적 포석이다. 표준화된 증거 처리는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인권 보호의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경찰청은 지속적인 사후 관리와 기준 고도화를 통해 세계 과학수사의 표준을 선도하는 국가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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