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지혜복 교사 측 경찰 가혹행위 인권위 진정,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 논란 확산

이겨례 기자
지혜복 교사 측 경찰 가혹행위 인권위 진정,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 논란 확산
©연합뉴스

 

교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한 뒤 해임된 지혜복 교사와 시민단체가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뒷수갑 사용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법 집행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번 사태는 집회 현장에서의 공권력 행사 한계와 인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며 법조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혜복 교사와 'A학교 성폭력 사안·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달 진행된 두 차례의 복직 요구 시위 도중 경찰이 참가자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했다고 규정했다. 공대위는 인권위가 해당 경찰관들의 가혹행위를 철저히 조사하여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정의 배경이 된 사건은 지난 4월 1일과 15일 지 교사의 복직을 촉구하며 열린 집회 현장에서 발생한 대거 연행 사태다. 당시 경찰은 현장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시위 참가자들을 현행범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거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공대위 측은 경찰이 시위대의 팔을 뒤로 강제로 감아 목을 조르는 행위나 뒷수갑을 채워 신체를 제압하는 방식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체포를 넘어선 신체적 가해이자 굴욕감을 주기 위한 행위라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현장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결여 문제도 이번 진정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위대 측은 경찰이 체포 당시 헌법상 보장된 미란다 원칙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으며 이는 적법 절차를 위반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여성 참가자들은 연행 과정에서 경찰관에 의한 신체 접촉이 발생했으며 이를 성추행으로 간주하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 공대위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명백한 폭력임을 강조하며 사법당국의 엄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경찰은 시위대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현행범 체포는 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연행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력 행사는 저항하는 피의자를 제압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현장 채증 자료 등을 근거로 전혀 사실무근임을 명확히 하며 법 집행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경찰은 불법 시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마찰을 가혹행위로 몰아가는 것은 공무 수행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진정 사건이 공권력 집행의 비례 원칙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전문가는 "공권력 집행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지만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시위 현장의 긴박한 상황에서 경찰의 물리력 행사가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했는지는 인권위의 정밀한 조사를 통해 판단될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조사 과정에서 현장 영상과 목격자 진술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접수된 진정 내용을 검토한 뒤 당시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과 진정인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경찰의 행위가 인권침해로 판단될 경우 관련자에 대한 징계 권고나 경찰청 차원의 대응 매뉴얼 개선 요구가 뒤따를 전망이다. 지혜복 교사의 해임 문제에서 시작된 이번 갈등은 이제 공권력 행사의 적정성 여부를 가리는 법적·윤리적 논쟁으로 전이되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경찰 대응 기준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국가 기관의 강제력 행사는 엄격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만 허용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경찰은 집회 대응 과정에서의 인권 감수성을 점검하고 시위대는 정당한 법 집행에 협조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의 최종 판단은 향후 유사한 집회 현장에서 경찰과 시민단체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진실 규명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 결과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인권위의 조사와 그에 따른 후속 조치는 한국 사회의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경찰은 공권력의 권위가 법과 절차를 지킬 때 비로소 확보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시위대 역시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권리 침해를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이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공권력과 기본권이 조화를 이루는 민주적 질서 확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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