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복제약 셋 중 하나는 '오리지널' 약값의 85%나 되는 '최고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이 복제약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복제약 1천605개 품목 가운데 최고가격을 받을 수 있는 '퍼스트 제너릭' 즉 최초 복제약이 무려 32%를 차지했다.
최초 복제약이란 신약이 개발된 이후 처음 출시되는 복제약을 뜻하며 신약의 85%에 해당하는 높은 약값을 받을 수 있다. 이후로는 출시 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10%씩 가격이 떨어지도록 돼있다. 즉 가장 빨리 출시되는 5개의 복제약을 제외하고는 약값을 순차적으로 떨어뜨려 건보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하지만 복제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꺼번에 수십 개씩의 복제약이 무더기로 출시돼 해당 성분 복제약의 90% 이상이 '최초'로 분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판허가 시기가 비슷해서 5개만을 골라내는 데 행정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진통제 '울트라셋'의 최초 복제약은 총 66개이며 알레르기치료제 '씨잘'의 경우 56개, 유사 성분까지 합치면 105개에 이른다. 이는 해당 성분 복제약 총수의 각각 64%와 95%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위염치료제 '가스모틴'(24개), 당뇨병치료제 '액토즈'(32개), 경련성 통증을 없애는 진경제 '스파스맥스'(35개), 진통제 '울트라셋 세미'(37개) 등도 20개 이상의 복제약이 '최초'로 분류돼 복제약값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인정 받았다.
특히 제약업계가 값비싼 복제약에 마케팅을 집중함에 따라 병의원에서도 이들 제품이 저렴한 복제약보다 더 많이 처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약효는 비슷하면서 부담은 줄여주는 복제약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리지널 약값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으로 복제약을 먹고 있는 셈.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값비싼' 복제약이 너무 많은 것은 문제"라며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