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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톨이'에서는 왕따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털털하고 당돌한 조연출로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얼굴 도장을 찍은 이다인.
가수 원준희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한차례 화제를 몰고 왔던 이다인은 최근 종영한 MBC드라마넷 드라마 '하자 전담반 제로'에서는 4차원 커플매니저로 변신을 거듭했다.
3년차 연기자로서 역에 알맞은 캐릭터와 연기를 선보인 덕에 지금껏 연기 논란에는 휩쓸린 적이 없지만 나름의 고민과 연기에 대한 꿈이 있는 이다인을 한국재경신문이 만났다.
◇ 카멜레온처럼 변신, 배우의 장점이자 단점?
왕따, 선머슴 조연출, 4차원 커플매니저 등 드라마 속의 이다인은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청순하고 신비로운 모습이 돋보였던 뮤직비디오까지 더하자면 이다인의 정체(?)에 의문이 생길 정도다.
이다인은 "'그사세'의 김군과 '외톨이'의 하정이가 같은 사람인 줄 모르더라고요. 감독님들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야?'라면서 깜짝 놀라시더라고요"라며 "'하자 전담반' 제작발표회 때에도 '그사세'에 나왔다고 하니까 기자 분들이 순식간에 웅성거리시더라고요"라며 여러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어 "외모적으로 스타일에 따라 많이 변하는 타입이에요. 배우로서는 큰 장점이죠"라면서도 "약간은 서운하기도 해요. 이제는 '이다인'이라는 이름을 알려야죠"라고 포부를 밝혔다.
캐릭터가 강해서 개성이 묻힌 것은 아니냐는 약간은 무례한 질문에 이다인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역할에 욕심이 많아서요. 캐릭터의 강한 개성을 드러내려고 노력해요"라며 "솔직히 제가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다만 잘하려고 높은 기준으로 노력하는 거죠"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 직설화법 미나, "제 성격과 닮았어요"
이다인은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하자 전담반 제로'에서 4차원에 직설적인 화법으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미나 역을 맡아 열연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마치자마자 바로 '하자 전담반'으로 넘어온 이다인은 미나처럼 직설적인 성격이라 연기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고.
이다인은 "'그사세'는 드라마 시작 전부터 해서 2~3개월을 준비하면서 적응을 했었는데, 미나는 준비기간이 거의 없었어요"라며 "하지만 김군('그사세' 김민희 역의 애칭)이 거침없이 말하는 성향이었고, 제 나름대로 여성스러움이 섞여서 캐릭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준비는 짧았지만요"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도 직설적이고, 바로 말부터 나오는 면은 '미나' 역과 거의 비슷해요. 그래서 그런지 회사에서는 말을 좀 줄이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이다인은 "생각을 하고 말하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촬영장 분위기? 힘들었지만 화기애애했죠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이다인은 3~4일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촬영에 임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드라마 주인공 4사람은 스케줄이 맡지 않아 촬영을 몰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하자 전담반' 촬영 당시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인 강인은 앨범 준비에 MBC '우리 결혼했어요' 촬영, 라디오 진행까지 맡고 있었고, 이태성은 또 다른 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배우 김희연도 뮤지컬에 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이다인은 "주연들이 모이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촬영이 매우 빡빡하게 돌아갔죠"라며 "스태프 분들도 고생 많이 하셨죠"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태성의 도움과 강인의 유머로 촬영장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는 것이 이다인의 설명이다.
그는 "태성이는 영화 '사랑니'에서 데뷔해 올해가 데뷔 7년차거든요. 태성이와 부딪히는 신이 많아서 연기에 대해 많이 도움받았어요. 첫 주연이라 압박과 부담이 많았는데 감독님이나 카메오로 출연하시는 선배분들의 조언도 많이 들었고요"라고 전했다.
이어 "강인은 참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분위기 메이커라고 해야 하나? 현장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웃을 수 있게 해줘서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었죠"라고 덧붙였다.
◇ 이태성과 러브라인, 많이 낚았어요?
이태성과 드라마 속에서 러브라인을 이뤘던 이다인은 "태성이와 재미있는 일들이 뜻밖에 많았어요"라며 강원도에서 촬영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강원도에서 하루 만에 촬영을 마쳐야 했을 때 봄이었음에도 눈이 내리는 매우 혹독한 날씨였다고 한다.
다들 씻지도 못하고 촬영에 임해야 했지만 이다인은 이태성과 밤에 모닥불을 피우며 촬영했던 게 기억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다인은 "태성이와 모닥불을 피우고 말하는 신이 있었는데, 연기가 나면 영상이 좋지 않아서 조금만 피워야 했었어요"라며 "추워서 덜덜 떨고 있는데 태성이가 '조금 있으면 풍이 올 거다'라고 말하는 거에요. 다들 그 말을 듣고 엄청 웃었죠"라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태성과의 베드신으로 한차례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일에 대해서는 "단지 침대가 나온다는 것 때문에 '베드신'이라고 하더라고요"라며 "다들 낚이신 거죠"라고 말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 받아, 김희애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고파
이번 드라마에서도 카메오로 등장하는 연기자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이다인은 "대선배들과 연기하다 보면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라고 입을 열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연기자 배종옥의 도움을 많이 얻었다고. 이다인은 "배종옥 선배님이 도움을 주셨는데, 정말 자기 관리가 철저하신 분이세요. 옆에만 있어도 배우게 돼요"라고 경험을 전했다.
이어 "송혜교 선배는 누가 봐도 톱스타잖아요. 그런데 노력도 정말 많이 하시고, 안 보이는 곳에서도 연습을 하시더라고요"라며 "배울 점들이 다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 딱 잡아서 가장 좋다고 이야기는 못 할 거 같아요"라고 밝혔다.
그래도 이다인은 함께 연기하고 싶은 사람을 연기자 김희애를 꼽았다.
이다인은 2003년 방송됐지만 지금도 많은 시청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김희애 주연의 드라마 '완전한 사랑'을 감명깊게 봤다며 "내용이 너무 절절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김희애 선배님과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옆에 있으면 엄청 혼날 것 같기는 하지만요"라고 덧붙였다.
◇ 이다인에게 연기란? 연기는 나의 활력소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콱 찍었던 이다인은 드라마 시작 전 매우 설렜다고 전했다.
이다인은 "김군을 연기할 때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짧게 잘랐어요. 저는 제가 울 줄 알았는데 막상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니 너무 시원한 거에요"라며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작품에 들어간다는 설렘이 좋았거든요"라고 밝혔다.
작품에 들어가는 기쁨이 컸던 만큼 이다인은 '그사세'를 끝내고 한동안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하지만 바로 '하자 전담반'에 투입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게됐다고 설명했다.
이다인은 "작품이 끝나면 우울하지만 다른 작품이 또 들어오면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캐릭터를 연기할 생각에 들뜨기도 해요"라며 "연기 시작한 지 3년 동안 거의 쉬지 못했지만, 그렇게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셈이죠. 연기는 제게 활력소 같아요"라고 밝혔다.
연기를 아무리 배워도 막상 잘하게 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다인은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했을 때에만 제대로 해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촬영장의 환경상 그렇게 몰입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에 더 집중하는 법을 배우려고 해요"라고 나름의 연기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 이다인은 어떤 연기자? 한우물만 파야죠
최근 연기자들은 장르를 넘나들며 가수에도 도전하고, 예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도 하는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다인은 "저는 아무래도 한 우물을 파야 할 것 같아요"라며 "연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 다른 것을 하겠다는 생각도 못해봤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일단 여러 작품을 통해 '좋은' 연기자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다인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조금만 외모적인 것을 바꿔도 이미지가 잘 변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에 도움을 받았지만요"라며 "그래도 기준을 높게 잡고 연기에 도전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노력하다 보면 저 자신만의 기준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요"라고 전했다.
이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연기자가 되는 게 목표죠"라고 덧붙였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직접 정신병원도 찾을 정도로 열성을 다하는 이다인. 그녀가 자신만의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연기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