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명 인권운동가인 나탈랴 에스테미로바(50)가 15일(현지시간) 피살된 채 발견됐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에스테미로바의 시신이 이날 오전 체체의 잉구셰티야의 숲에서 발견됐다"며 "두부와 흉부 등에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체첸에서 피랍된 것으로 미뤄 특정 세력이 암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스테미로바의 측근도 갑자기 나타난 4명의 괴한이 그녀를 납치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에스테미로바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법정에 출석시킬 만한 러시아군의 인권유린 증거를 폭로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에스테미로바가 생전에 활동하던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얼’의 소장인 올레크 오를로프는 배후로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을 지목했다. 람잔 카디로프는 한때 체첸 분리·독립운동 반군에 몸 담았고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체첸 대통령에 올랐다.
오를로프는 “카디로프가 오래전부터 에스테미로바를 협박했고 심지어 그녀를 원수로 간주해 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언론인, 인권활동가들이 잇달아 살해되며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에스테미로바 피살 사건으로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했다.
법치와 자유를 공언해오던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피살 소식에 일단 배후를 철저히 밝히라고 지시했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지난 7년동안 언론인 21명이 피살됐다. 지난 2006년 체첸에서 인권유린 문제를 집중 취재하다 피살된 여기자 안나 폴리트콥스카야도 에스테미로바의 친구다.
에스테미로바는 1998년까지 교사로 재직하다, 2차 체첸 전쟁이 발생한 1999년 군인들의 잔인한 인권침해를 보고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2004년에는 제2의 노벨상인 바른생활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노벨 여성회로부터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