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북한이 최근 화폐개혁을 단행한 사실을 공식 확인한 가운데 북한 당국에서는 지난 1일부터 새 화폐 교환이 시작됐으나 화폐 개혁 조치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주민들이 교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신의주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丹東)지역 북한 무역상과 대북 무역상등에 의하면, 지난 2일부터 신의주를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새 화폐 교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갑작스런 조치에 충격과 허탈감에 빠진 상당수 주민이 교환을 꺼리고 있어 군 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대폭 강화, 북한 내부에 긴장감이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상들은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지만 어렵게 벌어 모은 돈 상당액이 휴짓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당국의 조치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6일 이후에는 구권 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는 발표에도 불구, 환전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선 중앙은행 저금소들이 한산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는 당국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거나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소극적인 저항의 표현"이라며 "자칫 주민들의 이런 정서가 돌발적인 집단행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군 당국이 주민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경비를 크게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한 화폐 개혁 조치에 이어 외화 사용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쌀 등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바람에 물가가 수배에서 수십배씩 폭등하는 등 화폐 개혁에 따른 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북한 무역상들은 전했다.
1일에는 평안북도 신의주 남송시장에서 쌀 되 값이 한때 3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며, 솜옷은 한 벌에 25만원, 콩기름은 한 병에 25만원, 고구마도 1kg에 6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주민들의 주식인 옥수수가 1kg에 950원에서 3만원으로 폭등했으며 1kg당 2500원이었던 쌀 값도 기존 가격의 20배인 5만원을 줘야 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뒷거래를 통해 환전 규모를 늘리려는 주민들이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은행 직원들의 '몸값'은 치솟았다. 한 북한 무역상은 "북한 화폐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것이 불법이었지만 이전에는 별다른 통제가 없었다"며 "한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의 관심이 증폭되자 새 화폐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변경 무역상들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해 신의주 세관에는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또 새 화폐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의주 등 중국 접경지역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북한 무역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단둥 세관에도 2일부터 북한 보위부 인원들이 대폭 보강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새 화폐의 유출 방지는 물론 해외 언론 매체가 북한에서 나오는 무역상들과 접촉하는 것도 엄격히 차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