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과 멕시코가 90분간의 혈투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두 팀은 11일(한국시간) 8만3000여 관중이 지켜 보는 가운데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개막전에서 한 골씩 주고받은 끝에 1-1로 비겼다.
역대 최약체 개최국으로 평가받던 남아공은 예상외의 전력을 뽐내며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챙겼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멕시코를 괴롭혔다. 1회 대회 때부터 이어져 온 개최국 첫 경기 무패 기록은 20경기(14승6무)로 늘었다.
역대 4차례 개막전에서 1무3패에 그쳤던 멕시코는 이번에도 승리를 맛보는데 실패했다. 골 결정력에 약점을 드러낸 멕시코는 도리어 패배를 면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개막전이 열린 요하네스버그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카이저 치프스 FC에서 활약 중인 시피웨 차발랄라는 후반 10분 그림 같은 왼발슛으로 이번 대회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북중미 예선을 2위로 통과한 멕시코는 카를로스 벨라-기예르모 프랑코-도스 산토스를 최전방에 내세웠다. FC바르셀로나의 라파엘 마르케스는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맡았다.
이에 맞서는 남아공은 카틀레고 음펠라를 원톱에 배치한 4-5-1 전술을 들고 나왔다. 평소보다 수비 라인을 끌어 내린 남아공은 맞불 작전보다는 역습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초반 주도권은 멕시코가 잡았다.
멕시코는 경기 초반부터 매섭게 공세를 퍼부었다. 도스 산토스의 오른쪽 측면 돌파가 활기를 띤 멕시코는 여러 차례 날카로운 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멕시코는 전반 14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프랑코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5분 뒤 미드필드진에서 공을 빼앗은 뒤 시도한 도스 산토스의 왼발슛도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피에나르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역습을 전개한 남아공은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남아공은 전반 32분 벨라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내줬지만 골키퍼 이투멜렝 쿤의 선방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벨라의 슛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유효 슈팅 없이 전반을 마친 남아공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0분 수비 지역에서 멕시코의 공격을 끊어낸 남아공은 단 3번의 패스로 최전방에 있던 차발라라에게 공을 연결했다. 상대 오프사이드를 완벽하게 무너뜨린 차발라라는 상대 골문 오른쪽 상단에 꽂히는 강력한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의외의 일격을 당한 멕시코는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공격자원인 신예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노장 쿠아테모크 블랑코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친 멕시코는 후반 17분 결정적인 왼발슛이 쿤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패배의 기운이 드리워졌다.
무너지던 멕시코를 구한 이는 베테랑 라파엘 마르케스였다. 마르케스는 후반 34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남아공은 후반 종료 직전 음펠라가 골키퍼와 1대1로 맞섰지만 회심의 왼발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와 땅을 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