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경찰이 예금 압수수색의 권한을 방치한 형사소송법으로 금융사기 피해자에 대한 사법기관의 효율적 대처가 떨어지고 계좌 개설과 추적 수색을 일원화한 영장제도를 분리해야 한다는 기발한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감찰계에 근무하는 김경수(39) 경위는 건국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제시했다.
김 경위는 '수사 절차상 압수·수색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내용에 따르면 "전화금융사기 피해금과 같은 예금 채권에 대한 압수·수색 대상을 명문화하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피해자도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주장했다.
금융경제범죄 전문수사관 자격을 보유한 김 경위는 이번 논문을 통해 예금채권 사건에 대한 압수와 수색 전반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 논문을 통해 국내 최초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실무계는 물론 학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경위는 "법률상 채권에 해당하는 예금은 법원에서도 압수영장을 기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압수가 가능한 대상은 물건에 한정돼 있다"며 "압수수색할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들이 법에 의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모순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에는 채권 예금에 관한 수사의 애로사항에 이어 갈수록 첨단 지능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보이스피싱을 통해 사기피해자들에게 피해금액이 가환부된 사례는 지난해 들어 처음 서울의 모 경찰서에서 성공했으며 이후에도 압수대상성의 명문규정 미비로 관련계좌 예금에 대한 압수영장의 기각률이 50%에서 최대 80%에 이른다고 명시돼 있다.
피의자를 검거하고 계좌 및 예금을 온전히 입수했지만 피해자 두 명 이상이 불완전한 형사소송법으로 제2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김 경위는 "지난해 가환부에 성공한 뒤 경찰청에서 일선에 공문을 보내 범죄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물건만을 압수토록 규정한 형소법에 따라 압수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영장을 발부해도 현행법 아래서는 적법성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범위를 놓고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국회의 움직임이 힘을 실어 주고 있는 상태로 이 과정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경위는 다른 나라 사례를 언급해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수사기관이 영장없이 계좌 추적을 자유롭게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며 "최소한 계좌 추적 대상자가 어느 금융기관에 어떤 계좌를 개설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이라도 영장없이 수사협조 공문으로 요청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좌 개설 여부와 거래 내역 추적에 대한 영장 이원화의 이유에 대해서 그는 "현행법은 계좌 추적이 아닌 일반 압수·수색의 경우 긴급할 때에는 영장없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며 "계좌에 대한 수사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수사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1999년 학사경장 제1기로 경찰에 입문한 김 경위는 금융경제범죄 전문수사관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한 공무원범죄 지식 전문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