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지난 2월 구조조정 중단이라는 노사합의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부산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인력감축과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 갈월동 한진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노사대립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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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기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이 한진중공업의 고용보장 합의파기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19일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회사는 노조와의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부산 공장과 직원, 지역 경제를 어떻게 책임질 지를 놓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측과 노조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정리해고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다가, 지난 2월26일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파업을 철회하는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바 있다.
하지만 회사가 이러한 합의 이후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채 지회장은 "회사가 수주를 못해 어렵다는 이유로 인력감축, 임금삭감, 무파업선언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설계파트 외주화를 진행하고 조합원 21% 감축까지 주장한다. 비정규직만으로 설계를 운영하려는 의도마저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일방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부분 휴업조치를 강행하고, 순환휴업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려고까지 한다"며 "필리핀에 주력하고 부산공장을 폐쇄하려는 수순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3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과 달리, 영도조선소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으로 선가가 1억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떨어졌는데, 영도는 7000만달러가 최저가라 선주들이 외면한다"며 "부지가 좁아 인천(율도공장)에서 만들어 바지선으로 끌고와야 하는 실정이라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영도와 율도공장의 부지는 각각 8만, 15만평이지만 수빅공장은 80만평이다. 또 인건비도 한국은 연봉이 6000만원 정도지만 필리핀은 4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필리핀이 주력은 아니다. 나름대로 특화시키려는 것이다"며 "영도는 슬림화하고 설비도 현대화해 고부가가치 선박에 주력하고, 수빅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면 최고다"고 밝혔다. 또한 "구조조정은 합의가 아니라 협의다"며 "회사가 중단한 것일 뿐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채 지회장은 "2월 합의는 국민과 한 약속이다. 회사가 언론을 불러서 (합의문을) 쓰고 만들었는데 협의인가"라며 반박했다.
또한 "상식적으로 수빅에 수주물량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냐"며 "(영도조선소) 설비 현대화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고 계획도 없다. 부지를 넓히겠다고 했지만 공사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설계를 외주화해 분사하면서 기술 특화라는 것은 거짓말이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