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정부의 대·중소협력업체 간의 동반성장 정책과 관련, 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가 치명적인 오류를 갖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동근 교수(명지대학교)는 12일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익은 혁신과 시장에서의 위험부담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댓가로, 이를 갖지 못하게 하면 시장은 이내 질식된다"며 "기업은 이익이 아닌 성과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우선 그는 이익 공유제의 문제에 대해 "주주의 동의는 차치하더라도 초과이윤을 어떻게 정하고 얼마를 내라는 것인지 출발부터 불분명하다"며 "대기업의 이익 중 협력업체의 기여분을 산정하고, 개별업체들의 기여분을 다시 계산해 이익을 배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이익공유제가 강제되면 상당수 대기업은 부품업체를 수직계열화하거나 해외조달을 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협력업체가 설 땅은 좁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조동근 교수는 이익 공유제와 관련된 3가지 쟁점을 끄집어냈다.
첫째는 초과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누는데, 초과이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이다.
조동근 교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예상이익에서 실제이익을 빼면 초과이익을 계산할 수 있다고 했는데, 초과이익보다 예상외 이익이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초과이익을 협력사에 배분하라고 하면, 기업들은 예상이익을 높여 초과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실제이익이 예상이익을 넘을 것 같으면, 기업들은 초과이익이 자신의 몫이 아니므로 더 이상 애써 이익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매출액도 아니고 이익의 예상치를 발표하라는 것은 무지를 반영한 것이다"며 "이익은 사후적 잔여다. 이익의 목표치를 사전에 설정하기에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했다.
둘째는 협력업체에 대한 이익배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조동근 교수는 "정 위원장은 애플이 아이폰 앱 개발자에게 이익의 70%를 돌려준다는 예를 들면서 마음만 먹으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인식의 오류다"고 꼬집었다.
그는 "애플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온라인 장터를 개설해 주고, 도리어 자릿세 명목으로 앱 개발자에게 이익의 30%를 요구한 것이다"며 "엄밀한 의미에서 애플이 앱 개발자에게 이익을 나눠준 것이 아니라 도리어 개발자의 이익을 갈취한 것이지만, 시장은 분노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익을 반분하는 것만이 동반성장이 아니다. 이해 당사자가 이윤을 나누는 방식에 동의하고 계약을 통해 서로의 경제적 처지를 개선했다면, 이것이 바로 동반성장인 것이다"며 "온라인 장터가 여기 저기 개설된다면 애플의 자릿세는 30%에서 내려 갈 것이다"고 했다.
셋째는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동반성장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점이다.
조 교수는 "기금은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부를 뿐이다. 기금을 관리하는 주체의 재량만 높일 뿐이다"며 "동반 성장은 말 그대로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간의 상생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설령 초과이익을 나누더라도 협력업체에 바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 간에 '기금'이라는 제 3자가 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소비자에게 물건 값을 할인해주고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것은 성과를 나누는 한 예이다"며 "성과를 나누는 것도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기초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