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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그룹 자본적정성 개선, 아직 멀었다

[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그룹들의 자본적정성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자산건전성의 악화 등으로 아시아 및 글로벌 10대 은행그룹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그룹은 수차례의 증자를 통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2007년 11.7%에서 2010년 12.6%까지 높였다. 하지만 이는 2010년 기준 아시아 10대 은행그룹의 13.8%, 글로벌 10대 은행그룹의 14.9% 수준을 하회하는 것이다.

아시아 및 글로벌 10대 은행그룹은 Tier 1 자기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선정했다. 아시아는 미쓰비시 UFJ(Mitsubishi UFJ)·미즈호(Mizuho)·스미토모 미쓰이(Sumitomo Mitsui)·농림중앙금고(Norinchukin)·레조나(Resona) 등 5개의 일본 은행그룹, 중국공상·중국건설·중국(BoC)·중국농업·교통 등 5개의 중국 은행그룹의 평균을 계산했다.

글로벌 10대 은행그룹의 경우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JP 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씨티그룹(Citigroup)·웰스파고(Wells Fargo) 등 미국 4개사, HSBC·바클레이스(Barclays)·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 영국 3개사, 프랑스 BNP 파리바(BNP Paribas), 스페인 산탄데르(Santander), 중국공상은행의 평균이다.

국내 은행그룹 수치는 신한·우리·하나 등 3개 금융지주사의 평균이다. KB·산은·한국씨티·SC제일 등 최근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곳들은 전환 이후에만 연결기준 데이터가 존재해 비교에 포함되지 않았다.

▲ 국내·아시아·글로벌 은행그룹의 자본적정성 및 자산건전성 추이(단위: %)
▲ 국내·아시아·글로벌 은행그룹의 자본적정성 및 자산건전성 추이(단위: %)

국내 은행들의 자본적정성이 아시아나 글로벌 은행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무수익여신비율(NPL)이 2010년 말 기준 2.1%로 2009년말(1.2%) 대비 무려 75%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글로벌 10대 은행그룹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 부실자산 매각,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보통주 증자 등을 통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2007년 11.7%에서 2010년 14.9%로 대폭 높였다. 아시아 10대 은행그룹도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과 보통주 증자를 통해 비율을 같은기간 12.5%에서 13.8%로 높였다.

또한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의 수익기반이 취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10대 은행은 2010년 연결기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2007년에 비해 각각 47.0%와 66.7% 증가했고, 글로벌 10대 은행도 각각 43.6%와 16.8% 늘었다.

반면 국내 은행은 2007년에서 2010년까지 2.0%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비이자이익의 경우에는 오히려 44.4% 감소했다. 이는 대출경쟁 심화로 이자이익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불완전판매 소송 등으로 금융상품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은 부실자산 매각과 증자 등으로 자본적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수익기반의 약화에 대한 효과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하고 국제적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실자산 매각과 증자 등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며 "투자은행 부문의 육성이나 해외진출 확대 등 새로운 수익기반의 창출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JP 모건과 산탄데르를 들었다. JP 모건은 2008년 베어스턴스(Bear Stearns)를 인수한 후 수수료이익이 2007년 183억달러에서 2010년 299억달러로 63.4% 증가했다. 산탄데르는 본국인 스페인에서 영업이익이 41.7억유로에서 41.5억유로로 0.5% 감소하는 부진을 겪었지만, 남미지역에서 영업이익을 56.6억유로에서 128.1억유로로 126.3% 끌어올리며 이를 만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