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현금 2조원을 손에 쥐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재계약 연장 합의를 진행하는 중에 이루어진 일이다.
금융위원회의 고배당 자제 권고도 무시하고 론스타는 '먹튀' 논란을 자초하면서 이례적인 고배당을 챙겼으며, 하나금융을 상대로 대출이라는 명목으로 1조5000억원을 외환은행 지분 담보로 받았다.
5일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금융당국의 승인 보류로 인해 '장기전'으로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가닥 잡은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오래 걸릴 것에 대비해 가능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선택인 듯 하다"며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 '양벌규정'을 빌미로 시간 끌기를 택한 것부터 이런 전략을 짠 것 아니냐"고 전했다.
론스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고액배당강행, 거액 대출 등을 보이는 일련의 행동을 보면 외환은행 매각을 굳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가격 조정을 이유로 론스타와 지속적인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계약 협상 중 계약 대금을 론스타의 중간배당을 감안해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조정을 이유로 론스타가 기존 계약을 파기해 버리면 하나금융으로서는 반년 넘게 공들인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 될 수 있다.
이 경우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아닌 다른 인수자를 찾아 외환은행을 매각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또한 인수자를 찾기 전까지 매분기마다 차곡차곡 배당금을 챙길 수도 있다.
결국 매각 대금을 놓고 재협상을 벌이더라도 하나금융으로서는 론스타를 제재 할 수 있는 방도가 없기 때문에,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재협상 계약의 성사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