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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중일산 저가 철강 수입품에 골머리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저가 철강 제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으로부터는 값싼 보론강 수입이 급증하고 있고, 일본은 내수 가격 및 국내 철강업계 제품의 가격보다 최대 30% 이상 싼 철강 제품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측과는 지난 8일 열린 민간 철강협의회를 통해 이 문제를 협의하고 보론강의 수출 자제를 요청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반덤핑 제소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작년 7월 중국 당국이 보통강에 대한 수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을 폐지한 이후, 철강 등 보통강에 붕소(보론)를 소량 첨가한 중국산 저가 합금강의 국내 수입이 늘어 국내 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중국 업자들이 9%의 수출 증치세를 환급받기 위해 보통강에 붕소를 0.008% 가량만 첨가해 특수강으로 둔갑시켜 수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9%나 싼 철강제품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산 보론강 수입이 급증, 올 상반기에만 약 200만t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론강은 국산은 물론, 중국산 보통강에 비해서도 세금 환급분(9%) 만큼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 업계에 타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론강 문제가 국내 철강업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제기되자 한국과 중국 정부 및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8일 '제16차 한중 민관 철강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앞으로 협의회 내 분과위원회를 통해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일본산의 경우, 일본 내 판매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철강제품이 우리나라에 수입되면서 국내 제품의 경쟁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내수시장이 침체되자 일본 업체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저가로 제품을 공급, 일본 내수 가격과 수출 가격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고정리 차원에서 물류비가 저렴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덤핑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신일본제철 JFE스틸 스미토모금속공업 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일본 대지진 직전인 지난 3월 초 t당 950달러였던 대(對)한국 열연강판 수출 단가를 5월 850달러로 인하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720~730달러로 다시 낮췄다. 이는 t당 990~1010달러인 일본 내수가격보다 최대 30% 이상 싸며, 106만원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기준가격보다 25% 이상 싸다.

후판값도 3월 초 t당 1050달러에서 5월 950달러로 낮춘 데 이어, 최근에는 830~840달러대로 추가 인하했다. 이 역시 일본 내수가격보다 최고 25% 싸고, 110만원대인 포스코 및 현대제철의 2분기 기준가격보다 20%가량 싸다.

일본산 열연강판과 후판 가격 모두 제조원가 수준으로, 품질이 훨씬 낮은 중국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저가 일본산 철강 제품들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일본 업체들의 덤핑 공세에 맞서 반(反)덤핑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과 달리 일본 제품과 국산은 경쟁 관계에 있다"며 "일본 측의 저가 덤핑 수출이 국내 유통시장에서 국산품의 실거래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