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지난 1월 28일 취임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전사태'의 책임을 지고 7개월여만에 결국 옷을 벗게 됐다.
지난 15일 일어난 사상 초유의 전국적 정전사태로 인해 최 장관의 사임은 이미 예견됐었다. 사태의 심각성이나 피해규모 등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고 가기에는 너무 컸기 때문.
특히 사전예고 없이 단전 조치를 내려 신호등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등 전국을 순식간에 혼란에 빠뜨린 것이 여론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장관책임론을 내세워 사퇴 공세를 폈고, 정전 이튿날 이명박 대통령도 한전을 찾아가 책임소재를 따지겠다고 밝히면서 최 장관은 큰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최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사태를 모두 수습한 뒤 물러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이 사태가 전력 수급 예측 실패와 관계 당국의 총체적 대응 부실 때문이었다는 내용의 정부 합동점검반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전력 수급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사퇴 압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강한 소신과 특유의 업무 추진력 때문에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지경부 장관 취임 이후에도 정유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는 등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이며 별명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7개월만에 돌연 사퇴하게 돼, 그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일들에도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