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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사우디서 단일국가 최초로 1천억弗 수주 '눈앞'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우리 건설업체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일 국가로는 처음으로 미화 1천억달러 수주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3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이날 현재까지 사우디에서 수주했다고 신고한 공사 계약금액은 총 986억6천만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는 대림산업이 지난 29일 사우디 전력청으로부터 수주한 쇼아이바Ⅱ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의 계약금액 12억2천만달러가 포함돼 있지 않아 이것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우리 업체들이 한 해 동안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규모는 총 998억8천만달러로 불어난다.

모 대형 건설업체가 사우디에서 3억달러 규모의 건설공사 계약을 추진하는 등 조만간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플랜트·건축 사업이 여러 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사우디 수주 1천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는 삼환기업이 지난 1973년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면서 처음으로 사우디 시장에 진출한 지 38년만의 일이다.

최근 5년간 해외건설 수주 금액이 가장 많았던 ´황금시장´의 명예는 지난 2006년(사우디)과 2008년(쿠웨이트)를 제외하면 줄곧 아랍에미리트(UAE)가 차지해왔다. 하지만 이제 중동의 석유부국 사우디가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가장 중요한 황금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올해 '제2의 시장'으로 위치를 바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우리 업체들이 수주한 금액은 597억2천만달러로 사우디의 60%가량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것도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수주가 줄었다기 보다는 사우디에서의 수주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해건협에 신고된 업체별 사우디 누적 수주액은 현대건설이 133억달러, 대림산업이 130억달러지만 쇼아이바Ⅱ 발전소를 더하면 대림산업이 142억달러로 1위로 올라선다. 올해에만 사우디에서 41억8천만달러를 수주한 '신흥 강호' 삼성엔지니어링도 누적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사우디 수주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사우디 건설시장이 우리 건설업계의 텃밭으로 위상을 굳힌 것은 건설업계의 사업다각화와 '오일머니'에 힘입은 사우디의 ´발주 풍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담수, 발전, 정유, 화학공장 등 몇몇 분야에 편중됐던 사우디 수주가 최근에는 압연설비공장, 폴리실리콘공장 등 일반산업 분야와 광케이블 구축 등 통신 분야는 물론 에너지 전력분야 등 기간산업으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플랜트 전문잡지 미드(MEED)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석유화학 프로젝트 위주로 향후 5년간 1천25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전력공사는 2020년까지 1천억달러를 투입해 51기가와트(GW)의 발전량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건설업체들의 기술력이 일취월장하면서 과거 유럽과 일본, 미국 건설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플랜트 분야로도 영역을 넓혀 '제2의 중동 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사우디는 중동 산유국 가운데서도 가장 원유 매장량이 많고 국토 면적과 인구도 최대 규모여서 각종 건설사업 발주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1980년대 고유가로 우리 업체들이 사우디 주택, 토목 사업에 많이 진출했는데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고유가에 힘입어 발주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우디는 공사 발주량이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훨씬 많다"며 "사우디는 공사 대금을 확실하게 지불해 모든 업체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