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월세가 1996년 이후 최대폭 오르고 쌀, 고춧가루, 소금 가격도 급등하는 등 김장철 등 동절기를 앞두고 물가불안이 서민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어 물가부담은 여전히 서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또 정부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4% 수준으로 묶겠다는 목표 달성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전ㆍ월세, 고춧가루, 소금, 쌀 등 줄줄이 급등
통계청이 1일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12월(3.5%)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진 것이며, 전월비로는 0.2%가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 1∼10월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4%로 이미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4.0%를 큰 폭으로 초과한 상태다. 산술적으로 11, 12월의 물가상승률을 평균 2.0% 안쪽으로 묶어야 정부의 연간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
아울러 작년 10월은 배추 파동 등으로 인해 월별 물가상승률(전년동월비)이 그 해 최고치(4.1%)를 기록했던 달이어서, 기저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올해 10월의 상승률이 낮게 나타난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10월 소비자물가는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전ㆍ월세 등 집세와 휘발유, 도시가스, 쌀, 고춧가루, 소금 등의 품목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석유류, 가공식품, 금반지, 전세, 고춧가루, 도시가스, 쌀 가격 상승이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 3.9% 가운데 76.2%를 견인했다.
고춧가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갑절 이상인 101.0%나 올랐다. 이는 1979년 5월(149.0%) 이후 최고치 상승률이다. 소금은 작년 10월보다 55.8% 급등해 1980년 11월(59.7%) 이후 최대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김장철을 앞두고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주식인 쌀값마저 계속 오름세다. 쌀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7% 오르고 전달보다는 4.4% 올랐다. 전년대비 상승률은 1996년 6월(21.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 악화로 인해 금반지 가격도 계속해서 오름세다. 금반지는 지난 9월에 전년동월대비 36.2% 오른 이후 10월에도 29.1%나 올랐다.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인해 기름값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휘발유(16.3%), 등유(24.3%), 경유(17.8%) 등 주요 기름가격이 모두 10%대 후반에서 20% 중반의 상승률을 보이며 크게 올라 공업제품은 전체적으로 7.7%의 상승률을 보였다.
도시가스 요금 역시 9.7%의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ㆍ월세난은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전세는 5.6%, 월세 3.1%가 뛰었는데 이 같은 상승률은 전세는 2003년 1월(5.7%) 이후 최고이며, 월세는 1996년 4월(3.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전ㆍ월세 등을 모두 합친 집세는 전년동월 대비 4.9% 올라 2002년 11월(5.4%)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공공요금 줄인상‥정부 "11월은 10월보다 더 오를 듯"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각종 공공요금의 `줄인상'이 예정돼 있어 물가 상승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간 동결됐던 고속도로 일반통행료가 이달 말부터 2.9% 오르고, 4년 동안 묶여 있던 철도운임도 KTX가 3.3% 오르는 것을 비롯해 내달 중순부터 평균 2.93% 인상될 예정이다. 인천ㆍ경기지역 시내버스 요금도 11월 중에 평균 11.1% 인상될 예정이다.
각종 분유, 제빵ㆍ제과류 등 주요 가공식품의 기초재료로 쓰이는 우유가격이 줄줄이 오른 것도 무시못할 물가상승 요인이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에 이어 남양유업도 지난 1일부터 흰 우유 가격을 9.4% 인상하면서 11월 물가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11월 물가가 10월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11월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와 수입물가 불안, 시내버스 등 일부 지방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10월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그러나 "농축수산물의 수급안정, LG유플러스(U+)의 이동전화 통화료 인하 등 통신료 인하는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물가 압력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막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재정부는 "동절기 서민생활과 연말 소비자물가의 안정을 위해 주요 서민품목의 수급안정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로 김장철 농산물 수급안정과 가공식품 등의 가격안정을 위한 선제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추와 마늘 등은 11월 이후 김장철에 충분히 공급되도록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조기도입 등 수입물량을 확보하고 우유, 밀가루 등 서민 밀접 가공식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