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이 나빠지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 대외경제의 `안전판'이 흔들릴 수 있고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저축은행의 부실이 심화될 소지도 있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부문별로는 가계·기업부채, 전세값과 지방주택매매가 상승세, 고용증가세 둔화와 취약층의 고용난 심화, 물가불안 등이 단기 리스크 요인들로 지목됐다.
기획재정부는 3일 펴낸 `2011년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경제 둔화 등 대외여건 불안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안정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위기 단기간 해소 어려울 듯"
재정부는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외의존도와 시장개방성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대외여건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으므로 거시경제의 위험요인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위기해결방안 추진과 관련한 불확실성과 유럽의 구조적 취약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이 나왔지만 제대로 실행되기까지 난관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동맹을 이뤘지만 재정동맹이 이뤄지지 않은 유로존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고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을 실행에 옮기는 데 따른 시스템 리스크, 헤어컷(채권 손실률) 확대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위기가) 단시간에 끝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 감소 예상"…"유럽계 매도 동향 예의주시해야"
정부는 경상수지의 흑자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증가율 하락 등으로 그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가격변동이 심한 원자재와 정보기술(IT) 제품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 부문이 국제 경기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부는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상수지의 안정은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유럽계 기관들의 자금이탈 움직임 등 자본유출입 변동성도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는 지점이다.
재정부는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자본유출 현상이 나타났다"며 "특히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유럽계 기관들이 국내자산 매도를 주도하고 있어 향후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해외 중앙은행의 외화자산 다변화 등으로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향후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면 매수세가 약화되거나 유출로 반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신용층 부채 계속 확대"…"불안감 커지면 저축銀 부실확대 가능성"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부실의 확대가능성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정부는 지적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과 가계의 부채상황능력이 양호해 금융부문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현재 판단이다.
재정부는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 이자부담이 늘고 전세자금대출과 비은행권대출 등 저소득·저신용계층의 부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과 관련해선 "개별 저축은행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국제금융시장 불안이나 국내경기 둔화로 예금자·투자자 등의 불안감이 커질 경우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부채 역시 개선되고는 있지만 한계기업의 대출부실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재정부는 "국내기업 부채수준은 기업들의 자본확충 노력으로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아직 전체 기업의 3분의 1가량이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 경기둔화로 기업채산성이 악화될 경우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 소지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전세난 당분간 계속"…"고용증가세 둔화, 물가고 지속"
부동산 부문에서는 지방의 주택매매가격 상승세와 전세난이 주요 리스크로 꼽혔다. 재정부는 "지방매매가 상승세가 전세값 동반상승과 서민부담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수도권 주택거래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가격에 대해선 "아파트 입주물량 부족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단기 공급이 가능한 다가구·다세대 주택공급 확대, 미분양주택 활용 등 수급불균형 완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 체감도가 가장 높은 고용과 물가의 불안도 주요 리스크 요인이다.
우선 정부는 고용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는 "2010년 이후 빠른 증가세를 보였던 취업자 수는 점차 추세수준의 증가세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의 경기회복세 둔화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고용 증가폭이 완만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경기회복 둔화세가 지속되면 취약층을 중심으로 고용애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취약층 취업가능성과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세는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정부로서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부문 중 하나다.
재정부는 "연초의 한파와 구제역,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등 공급측 물가충격이 점차 진정되고 있지만 원가상승요인이 가공제품 가격과 서비스요금 등에 반영되면서 높은 물가상승세와 인플레 기대심리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부는 "환율변동과 국제원자재 가격 등 불확실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인플레 기대심리가 적절히 제어되지 못하면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세가 임금인상 압력으로 연결되고 임금인상이 다시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의 가능성도 피해야 할 시나리오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