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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발전, 우리집에 왜 왔니?

목재 칩 생산업체에 협력업체 등록하라 ‘유혹’
목재업계 “보드산업 원재료 모두 빼앗길 것”

 

목재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본격적인 땔나무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동서발전은 오는 2012년 30MW급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 가동을 앞두고 최근 목재 칩 생산업체들을 대상으로 협력업체 등록신청 접수에 나섰다. 문제는 이들 업체 대부분이 현재 PB(파티클보드)나 MDF(중밀도섬유판) 등 목질보드 생산업체에 원재료를 납품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때문에 목질보드 사업이 전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목질보드 생산업계를 옥죄고 있다.<관련기사 나무신문 6월20일자 http://bit.ly/ul8M2y >


관련업계에 따르면 벌써부터 70여개 한국목재재활용협회 회원사 중에서 20개 이상 업체에서 협력업체 등록을 신청하는 등 목재 칩 생산업체들이 동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서발전 납품가격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협력업체로 등록될 경우 여신운용이나 선불금 지급 등 갖가지 혜택이 목재 칩 생산업체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서발전 측에서는 이와 같은 목질보드 업계의 우려에 대해, 목질보드의 원료가 되는 1,2등급 폐목재는 받지 않고 3등급 폐목재만 받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폐목재가 칩으로 가공돼 섞이면 이를 가려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목질보드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3등급 폐목재만 받겠다는 동서발전의 설명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게 목질보드 업계의 시각이다. 동서발전 역시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서는 협력업체에 1,2등급 폐목재는 납품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 외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목재재활용협회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에 따른 에너지원별 공급인증 가중치(REC)에서 목재가 1.5로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발전사업자는 목재를 연료로 사용하면 톤당 8만원에서 9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효과가 생긴다”며 “이런 여력으로 목재 칩을 비싸게 구입하면 모든 목재 칩 업체들이 발전업체로만 납품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동서발전에서는 목질보드 업계에서 쓰지 않는 것만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현재 목재 칩 생산업체들의 생산품 100%가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목재 칩의 특성상 3등급 폐목재만 선별해서 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어서 그는 “지난해 연간 14만톤 규모 목재 칩을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가 생겼을 때 연간 15만톤 목재 칩을 사용하던 MDF공장 하나가 문을 닫았다”면서 “국내 대표적인 목질보드 생산업체인 동화기업과 선창산업이 연간 35만톤 정도의 목재 칩을 사용하고 있다. 동서발전이 가동되면 연간 21만톤이 소요되고 현재 가동되는 화력발전소에 목재 칩을 혼소 발전하면 여기에 25만톤이 더 필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목질보드 산업은 무너진다는 얘기다”고 분석했다.


동서발전 노용균 부장은 “협력업체에 등록되면 조달계획이 제공되고 법적한도인 30%의 선금이 주어질 수 있다. 입찰자격을 등록업체에만 줄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며 “특히 등록증이 교부되는데 (공기업의 협력업체라는 점에서) 은행대출 심사에 유리하고 대출이율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 부장은 또 “물질업계(목질보드 업계)에서 사용하는 1,2등급 폐목재 시장에 진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납품업체에 1,2등급 폐목재를 납품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면서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현행 등급별로 돼 있는 폐목재 분류 체계를 건설폐목재나 산업폐목재와 같이 발생처 별로 분류해서 그 용도를 한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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