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올해 한 해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이 5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연간 100만원, 매달 10만원이 넘는 이자를 금융권에 물고 있는 셈이다.
이는 또 국민총소득에 5% 수준이어서, 이자 부담으로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심각한 내수부진까지 우려되고 있다.
27일 금융권 및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금융기관별 대출액과 기관별 평균 대출금리로 추산한 결과, 올해 가계대출 이자부담의 총액은 56조2천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지난해 국민총소득(1천173조원)의 4.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올해 이자부담이 급증한 것은 대출금의 급증과 대출금리의 상승이라는 두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797조4천억원이었던 가계대출은 올해 9월말 840조9천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새 무려 43조원이 늘었다.
금융기관별 대출액은 은행이 431조5천억원에서 449조6천억원으로 18조원 많아져 가장 크게 증가했다. 농협 대출이 7조3천원 늘어 그 뒤를 이었고, 보험사 대출도 4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새마을금고(3조7천억원), 카드ㆍ캐피털사(1조9천억원), 저축은행(1조3천억원) 등도 증가액이 컸다.
이런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출금리까지 크게 뛰어올라 안 그래도 큰 빚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해말 연 5.35%였던 은행 대출금리는 올해 9월말 5.86%까지 뛰었다. 대출액 증가를 감안하면 은행에서 빚을 낸 가계의 이자부담이 3조3천억원이나 늘었다. 저축은행 금리는 연 12.7%에서 16.7%로 4%포인트나 올랐다. 이로 인한 이자 증가액도 5천억원이 넘는다.
기관별로는 은행 고객의 이자 부담이 26조3천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카드ㆍ캐피털사가 7조4천억원으로 농협(6조4천억원)보다 컸다.
카드ㆍ캐피털사의 대출잔액(38조원)이 농협(114조원)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대출금리가 연 19.3%에 달한 결과다. 제2금융권으로 향하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얼마나 큰 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가계대출과 이자부담 증가로 인해 심각한 내수 위축이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실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소득 평균은 지난해 3천773만원에서 올해 4천12만원으로 6.3% 늘었지만 금융대출은 3천147만원에서 3천591만원으로 14.1%나 늘었다. 그리고 원리금 상환액은 489만원에서 600만원으로 22.7% 급증했다.
대출이 늘어난데다 대출금리까지 급등했으니 원리금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고, 이런 가운데 소득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으니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남은 방법은 소비를 줄이는 것 뿐이다. 내수 부진은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가계 이자부담이 커지면 소비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까지 암울해 심각한 내수 부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