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은행들이 대출이자 개편에 나서 2012년부터 가계의 대출금리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심각할 정도로 불어나 그렇지 않아도 짐이 무거운 가운데 대출이자마저 급등해 고통을 겪던 서민들에게 수수료, 예금이자 개편에 이어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CD금리 '이제 안녕'… 기준금리 낮아진다
`기준금리+가산금리' 형태로 정해지는 가계대출 금리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0.51%포인트나 급등, 서민들은 이자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급등 급등했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채가 0.18%포인트, 회사채가 0.12%포인트 오른 것에 비하면 3~4배 이상 오른 것이다.
금리급등의 주범은 CD금리다. 기준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코픽스 등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가산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개별 대출자에게 붙는데, 이 가운데 CD금리가 크게 오른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신용대출의 대부분이 CD 연동금리다.
다른 시장금리와 달리 CD금리만 올해 들어 0.78%포인트 급등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 금리도 덩달아 크게 뛰어올랐다.
은행의 자금조달 가운데 CD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하지만 은행들은 수익 극대화 욕심에 사로잡혀 CD 연동금리 체계를 고집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으로 인해 이 CD금리가 사라지게 됐다. 은행들은 은행채, 국고채, 통안채 등 시장금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새로운 기준금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새 기준금리가 적용되면 대출금리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적용된 주택담보대출의 새 기준금리인 코픽스는 올해 들어 0.23%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CD금리 상승폭(0.78%포인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새 기준금리도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CD 연동금리의 폐해를 시정하려고 새 기준금리를 개발하는 만큼 이 금리를 적용하면 아무래도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산금리도 낮춘다
기준금리와 함께 가계대출 금리를 구성하는 양대 축인 가산금리도 낮아진다.
올해 들어 CD금리가 0.78%포인트 오른 반면, 은행들의 지나친 가산금리 적용으로 신규 고객에게 적용된 신용대출 금리(집단대출 제외)는 무려 1.12%나 뛰어올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자 이를 빌미로 지점장 전결금리 등 각종 우대금리를 없애고 대출등급 적용을 더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0월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가 연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이 3.3%에 달하는 수준이 됐다. 지난해 1.9%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3.2%)보다도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고 수입이 적은 서민들에게 적용되는 높은 가산금리를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대출금리 체계를 개편에 나섰다. 은행들은 개별적으로 가산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은행권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연 13%가량이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2∼3%포인트만 낮춰도 10% 이상 고금리 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새 기준금리를 적용하고 가산금리를 다소 낮추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기업은행이 대출금리 인하에 가장 먼저 나섰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상생 차원에서 대출 최고금리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에 중지를 모으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 체계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데, 대체적인 방향은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쪽으로 갈 것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대출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 수익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서민과의 상생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