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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대기업 총수, 교체되지 않는 경제권력"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13일  사회적 책임과 헌신, 희생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을 '교체되지 않는 경제권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반성장위 1돌 기념식 연설에서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교체되지 않는 경제 권력인 대기업 총수들의 사회적 책임과 헌신, 희생이 요구되는 때"라고 말했다.

이날 동반위 회의에 전경련이 참석하지 않고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들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자 정 위원장이 이 같이 분노를 표한 것.

현재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은 5년마다 교체되고, 국회나 언론, 국민 등으로부터 끊임 없이 견제를 받고 있지만, 대기업 총수들은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마땅한 견제 수단도 없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고사시키며 계속해서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고, 동반성장위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이익공유제와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과 대기업 진출 업종 제한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동반성장에 모색하기보다는 끝까지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하고 있는 대기업과 대기업 총수들의 권한의 제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은 성장 과실에서 소외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권리 보장과 함께 미래를 위한 제도개혁의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과감하게 혁파하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희생적 각오와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정부가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도록 관행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나아가 "한국경제 발전의 견인차를 담당한 대기업들의 땀과 열정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무소불위의 경제권력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동반위는 어느 일방의 동정이나 시혜를 바라는 소극적 민간기구가 아니며, 따라서 이제 정부만 쳐다보거나 대기업을 바라보는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능동적 자세로 희망의 단초를 제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그는 제10차 동반위 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전경련 불참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며 "시간을 더 준다고 바뀌진 않을 것 같다. 공익위원 대표들이 각자 판단에 따라 의결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양극화가 사회통합을 뒤흔드는 것을 막고 이해당사자들이 양보와 배려의 정신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아름다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반위가 출범한 것"이라며 이익공유제 도입에 대한 이견을 불참 이유로 내세운 대기업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시장경제도 정의롭고 공정한 질서라는 믿음을 유지해야만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면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의 자발적 양보는 시장질서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줄이지 않으면 자신이 최대수혜자인 시장경제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탐대실은 유구한 역사가 증명한 것"이라고 덧붙이고는 "합리적 이타심, 이기적 이타심은 기득권자의 최고의 도덕적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의 양보를 촉구했다.